캠벨 내주 한.일방문.."관계재개 조건 변화없어"

미국은 28일 김정일의 막내아들 김정은이 대장 칭호를 부여받은 데 이어 당 중앙위원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당직을 맡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이 공식화한 것으로 내부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다만 공식적으로는 "북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권력승계 상황을 "정말 면밀히 주시 중"이라면서 "영향이 어떤 것인지 평가하기에는 꽤 이르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한국, 중국, 일본 등 관련국과 외교채널을 통해 잇단 접촉을 벌이며 김정은 후계세습 및 노동당 대표자회 결과에 대한 정보 및 1차 판단을 교환하는 등 북한 권력세습과 관련한 정보수집에 주력했다.

미국은 또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다음주 한국과 일본으로 보내 북한의 권력세습과 관련한 정보 등을 교환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다.

캠벨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 "역내 우방들과 매우 깊은 협의를 확실히 하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다음주 한.일 방문 계획을 공개하고 "우리는 그들의 견해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3대 후계세습 과정 자체보다는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과정 시작 이후인 지금부터 나타날 북한의 향후 정책과 행동 변화 여부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 지도부의 교체에 물론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보다는 북한이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가시적 행동을 보이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등에 대해 지금과는 다른 뚜렷한 행동 변화를 보일 때까지는 현재의 대북정책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캠벨 차관보도 이날 CSIS세미나에서 "6자회담 내에서의 (북한과의) 관계 재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와 관련한 우리의 입장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면서 "솔직히 우리는 (북한의 행동을) 기다리고 신중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8일 미 외교협회(CFR) 초청 연설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북한의 지도자가 누가 되든 비핵화가 그들의 미래에 더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키는 게 중요하며,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결국 북한의 3대 권력세습 여부에 대한 시시비비와는 별도로 미국은 `김정은 후계체제'에서 지금부터 일어날 북한의 변화 여부를 주시하면서 비핵화와 천안함 사태 해결을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후계세습에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전략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김정은이 김정일보다 온건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