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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사회 토대는 시장경제와 법치…포퓰리즘 정책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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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선진화재단ㆍ한경 월례토론‥공정사회, 어떻게 만들 것인가]

    시장에는 차별ㆍ특혜 없어…자연스러운 이윤분배가 바람직
    사회적 약자 위한 복지 확대, 계층간 불평등 줄여야

    '공정사회'가 한국 사회의 중심 담론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강조한 데 이어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외교통상부의 장관 딸 특채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공정사회는 한국 사회의 주요 화두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공정한 사회의 구체적인 모습과 이를 이루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복지정책을 확대해 계층 간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자칫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으로 흘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경제신문은 28일 '공정사회,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주제로 월례 토론회를 가졌다. 복지정책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지만 시장경제와 법치주의 원칙을 확고히 세운 뒤 분배적 정의를 이뤄가야 공정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명확하지 않은 공정의 개념

    토론 참석자들은 공정이라는 가치를 통해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키려면 공정의 개념부터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정사회는 시장 경쟁의 결과에 따른 소득 분배를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며 "국가는 과도한 재분배 정책보다는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불확실한 개념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자칫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빈 법무법인 코리아 변호사도 "학문적으로는 공정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구호의 성격이 강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19세기까지는 경제활동의 자유를 중시했고 20세기 들어 사회복지를 강조했듯이 공정에 대한 정의도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담합 없이 시장경쟁이 원활히 이뤄지고 기업 경영이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상태를 공정사회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문래중 교사)는 "고소득층 자녀들은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받고 외국을 다니면서 영어를 익힐 기회가 많다"며 "기계적인 기회 균등을 넘어 결과에서도 일정 부분 균형을 맞춰야 공정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 늘려야 vs 시장경제 자체가 공정

    공정사회를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컸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복지가 지나치게 확대돼도 문제가 있지만 현재 한국에서 복지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은 겨우 배고픔을 면한 사람에게 비만해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과 같다"며 중소기업과 서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머리가 좋은 학생보다 집안이 좋은 학생이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있음을 교육 현장에서 느낀다"며 "서울대의 지역균형 선발제도처럼 저소득층에 보다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경국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공정을 위해 복지정책을 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자유시장경제를 운영하는 사회가 곧 공정한 사회"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시장경제는 이념이나 종교를 따지지 않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가장 공정한 제도"라며 "시장에는 차별이나 특혜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기업이 많은 이익을 내면 곧바로 추격자들이 나타나 이윤이 분배된다"며 "양극화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장치가 시장경제"라고 말했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도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에는 정부가 개입해야 하지만 너무 깊숙이 개입하면 시장경제를 망가뜨린다"고 지적했다.

    ◆시장경제와 법치 속에 약자 배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모든 일은 기본을 바로 세우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공정사회를 이루려면 시장경제와 법치주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고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문제점을 보완하는 일은 그 다음"이라며 "이것을 거꾸로 하면 포퓰리즘에 악용될 수 있고 정의를 이루려다 더 큰 불의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창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경제 원칙이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아예 소외돼 있는 사람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며 약자 배려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시장경제와 법치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기본 조건"이라며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진정한 공정사회"라고 정리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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