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 136조원,고객 수 820만여명,소속 설계사(FC) 4만여명.국내 보험사 1위인 삼성생명의 현주소다. 시중은행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 지표다. 삼성생명은 올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316위)에 포함됐다.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는 유일하다. 생명보험사만 따지면 세계 10위다. 경쟁력 있는 상품과 한발 앞선 서비스,수준 높은 FC 양성을 위한 교육체계 등이 원동력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생명이 증시에 상장된 지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53년의 역사를 가진 삼성생명에 상장은 숙원사업이었다. 국내외 시장참가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친 삼성생명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수창 사장은 "상장을 기점으로 국내 1등 보험사를 넘어 세계 최고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일류 프로세스를 정착시키는 중"이라며 "내부관리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시장과 투자자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부의 시각으로 내부를 들여다 보며 '퀀텀점프(quantum jump · 비약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다.

◆보험계약 유지율 90% 목표

변화는 상장 이후 최대 화두로 제시한 '9080 전략'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 전략은 13회차 보험계약 유지율을 현재 84%에서 90%로,25회차 유지율을 64%에서 80%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13회차 유지율은 신계약 중 가입 후 1년 동안 유지된 계약의 비율을,25회차 유지율은 2년 동안 유지된 계약의 비율을 말한다. 유지율이 높다는 것은 해약건수가 적다는 것으로 고객만족도가 그만큼 높다는 걸 의미한다. 사실상 무결점 판매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양(量)적 성장에 치중했다면,이제부터는 질(質)적 성장도 함께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제는 최고경영자(CEO)의 일시적인 독려나 영업 파트의 노력만으로는 유지율을 개선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상품 설계부터 판매 문화,계약 관리 등 모든 부문이 바뀌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세부적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적기에 개발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불완전 판매를 줄여야 한다. 각종 부대 서비스도 크게 강화해야 달성할 수 있다. 이 사장은 "혁신에는 고통이 수반되지만 고통 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며 "과거 관행을 과감히 버리는 대신 효율 중심으로 영업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화두(話頭)는 글로벌화다. 삼성생명은 현재 중국과 태국에 합작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1997년 설립된 태국 합작법인 '시암삼성'은 2005년 흑자로 전환했다. 중국 합작법인 '중항삼성'은 베이징과 톈진에 이어 올해 칭다오 분공사(지점)를 내는 등 2개 법인 모두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일류기업의 기준에서 보면 턱없이 미흡하다는 게 이 사장의 판단이다. 그래서 지난달 세계 보험시장에서 해외영업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스테판 라쇼테 전 선라이프(Sun Life) 아시아총괄 사장을 해외사업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해외사업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 위해서다. 이 사장 자신도 전 세계로 출장을 다니며 해외시장의 중요성을 사내에 전파하고 있다. 상장 이후 일본생명 등 일본의 4대 생보사를 비롯해 미국의 노스웨스턴,유럽의 산탄데르 등 글로벌 금융회사를 잇따라 방문하는 등 세계 시장을 향해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탈바꿈

회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2012년까지 선진 수준의 경영관리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키로 했다. 고객관리 마케팅 자산운용 경영관리 등 부문별로 따로 구축된 IT시스템을 전사 차원으로 통합 구축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정보가 통합 관리되고 데이터 수집과 분석 능력이 업그레이드되면 스피드 경영이 가능해진다"며 "스피드 경영이 가능하게 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등 급격한 외부환경 변화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FC의 능력을 배가시키고 있는 하드웨어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의 FC는 노트북 스마트폰 등 유 · 무선 네트워크로 무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즉석에서 각종 상품 정보와 인생설계에 관한 종합적인 재무설계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삼성생명은 이 같은 영업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회사의 조직문화도 획기적으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핵심은 다음 달부터 캠페인에 나설 '워크 스마트(work smart)'.이제는 '워크 하드(work hard)'의 시대가 아니라 '워크 스마트' 시대라는 판단에서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보다 생산적인 일을 창조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 사장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진행했던 비효율적인 업무도 대폭 줄여 나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10회계연도 1분기(올해 4~6월) 당기순이익은 6191억원으로 작년 1분기(3424억원)보다 81% 증가했다. 앞으로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수입보험료도 같은 기간 4조5460억원에서 4조9920억원으로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은 1조원을 너끈히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보험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1조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상장 이후 고객과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을 강화하고 회사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한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며 "과거와 같은 사고방식과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아래 '9080 전략'을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과 설계사가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