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당신의 뇌를 믿지 마라! 운동 기능의 치매 '파킨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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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이 炳을 앓고 있다는데…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기능이 상실돼 일어나는 게 치매라면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신경기능이 망가지는 게 파킨슨병이다. 파킨슨병은 한마디로 '운동기능의 치매'에 비유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연구된 파킨슨병 유병률은 연령이 많을수록 높아져 65세 이상에선 100명당 한 명이고 80세를 넘기면 3명 이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진료 받은 국내 환자는 2004년 4만여명에서 2008년 6만6000여명으로 연 평균 13.9%나 증가했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였거나 아직 발견하지 않은 환자까지 더하면 10만명 정도의 환자가 국내에 존재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이상)에 진입했고 2018년에 고령사회(65세 이상 14% 이상), 2026년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 이상)가 돼 노인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인성 신경질환 중 가장 많은 뇌졸중과 치매를 비롯해 그 다음으로 흔한 파킨슨병에 대한 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1996년부터 10년간 찾아온 파킨슨병 신규환자 1751명을 분석한 결과 40대와 50대가 42.7%를 차지,65세가 되기 전부터 파킨슨병을 조기발견해 치료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심평원의 조사결과 2004년 6180명이던 40~50대 환자가 2008년 8393명으로 40%나 늘어난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의사인 제임스 파킨슨이 그의 저서에서 자신이 진료한 3명의 환자를 포함,총 6명의 환자에게서 관찰한 새로운 임상증상에 관해 기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권투선수인 무하마드 알리(사진)같은 대중스타들이 이 병을 앓았고 2005년 4월 파킨슨병을 가졌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합성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해 발생한다. 파킨슨병의 주된 증상은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근육이 뻣뻣해지는 경직,신체의 일부가 떨리는 진전,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쉽게 넘어지는 자세 불안정 등이 있다. 또 다수의 환자가 우울 · 불안 · 치매 · 불면증 등을 동반하는데 이는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도파민성 신경세포와 함께 감정 · 수면 · 기억 등을 담당하는 다양한 신경세포들도 함께 소멸하기 때문이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도시보다 시골에 사는 사람에게 많고 우물물을 먹고 사는 경우(오염된 식수나 살충제 같은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음)에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환경적 요인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얘기다. 5~10%가 유전적 배경을 갖는 가족성 환자로 파악된다. 현재까지 6개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파킨슨병이 초래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는데 해당 유전자가 암호화하고 있는 단백질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가족력 없이도 파킨슨병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킨슨병은 뇌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도 정상 소견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질환과 감별할 필요가 있어 MRI를 찍는다. 방사성 동위원소로 뇌부위별 활성도를 알아보는 핵의학검사는 파킨슨병 환자의 확진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므로 많이 시행된다.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의 면담을 통한 특징적인 증상의 파악이다.
파킨슨병은 다른 퇴행성 뇌질환과는 달리 도파민 기능을 발휘하는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운동장애를 효과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약물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것은 레보도파 제제이다. 이 약은 뇌세포에 흡수돼 도파민으로 바뀜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킨다. 레보도파의 대부분은 장에서 파괴되는데 최근에는 레보도파를 파괴하는 효소를 차단하는 억제제를 복합해 투여한다.
하지만 레보도파 제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약효가 떨어진다. 도파민에 감수성을 보이는 세포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를 5년 이상 사용하게 되면 50% 이상의 환자에게서 머리ㆍ목ㆍ턱ㆍ혀ㆍ목소리와 드물게 다리와 발까지 부자연스럽게 떠는 '운동변동'이나 어깨ㆍ팔ㆍ손ㆍ입ㆍ혀가 자기도 모르게 움직이고 비틀리는 '이상운동증'등 운동합병증을 겪게 된다.
최근 들어 많이 사용되는 미라펙스(성분명 프라미펙솔)과 리큅(성분명 로피니롤) 등의 도파민 작용제는 도파민 수용체에 직접 전달돼 도파민처럼 작용한다. 작용시간이 길고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신경보호 효과도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다.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시키며 레보도파의 용량을 줄이고 사용기간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약을 복용하면 13% 이상이 충동조절장애(도박 폭식 충동구매 성적돌발행동)를 일으키는 단점이 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운동치료와 식사요법도 치료효과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스트레칭과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은 굳어진 근육을 이완시켜주고 체력과 의욕을 향상시켜 치료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준다. 식사요법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야채를 많이 먹는 게 권장된다. 고단백 식품은 레보도파 제제의 약효를 떨어뜨리고 야채의 풍부한 섬유소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변비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함유한 비타민C와 E가 항산화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메토클로프라마이드나 레보프라이드처럼 위장관운동을 촉진시키는 소화제는 운동기능에 영향을 미쳐 진전이나 경직이 심해지는 현상을 유발한다. 할로페리돌,퍼페나진 같은 신경안정제는 졸음 구강건조증 배뇨장애를 악화시킨다. 따라서 이런 약물들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금기해야 한다.
파킨슨병에서 수술적 치료는 최근에 심부뇌자극술이 개발되면서 약물이 잘 듣지 않는 경우,약에 의한 이상운동증 합병증이 심할 경우에 한해 시행되고 있다. 이 수술은 두개골을 고정하는 금속 프레임을 착용한 후 MRI를 촬영,수술실에서 신경외과 및 신경과 전문의가 협의하며 진행한다.
국소마취로 머리에 작은 구멍을 낸 후 미세전극을 뇌의 중심부로 정밀하게 삽입하면서 전극을 심고자 하는 뇌구조물의 뇌파를 탐지해 낸다. 목표지점을 발견하면 그 위치에 전극을 심고 자극을 해봐서 환자의 파킨슨병 증세가 호전이 되는지,부작용은 없는지를 수술 중에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전극을 심게 된다. 이후 전신마취를 하고 배터리를 가슴 부위 피부 밑에 심고 뇌의 전극과 연결한다.
통상 좌우 양측을 다 수술할 경우 대개 오전 7시부터 MRI 촬영을 시작해 오후 3~4시에 수술이 끝나게 된다. 수술 당일부터 식사와 운동을 할 수 있다. 수술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아주 드물게 뇌출혈ㆍ감염 등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으므로 수술 전 의료진이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거치게 된다.
수술 후 약 2주가 지나 배터리를 켜 뇌 심부를 자극하면 치료효과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나타나지만 환자 스스로 만족할 만한 정도의 효과는 약 80%에서 기대할 수 있다. 수술 후 배터리는 3~5년마다 국소마취를 거쳐 교체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파킨슨병의 정확한 진단이 내려져 이에 대한 내과적 치료를 충분히 한 후, 신경과와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의해 수술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수술을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도움말=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정선주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세계적으로 연구된 파킨슨병 유병률은 연령이 많을수록 높아져 65세 이상에선 100명당 한 명이고 80세를 넘기면 3명 이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진료 받은 국내 환자는 2004년 4만여명에서 2008년 6만6000여명으로 연 평균 13.9%나 증가했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였거나 아직 발견하지 않은 환자까지 더하면 10만명 정도의 환자가 국내에 존재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이상)에 진입했고 2018년에 고령사회(65세 이상 14% 이상), 2026년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 이상)가 돼 노인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인성 신경질환 중 가장 많은 뇌졸중과 치매를 비롯해 그 다음으로 흔한 파킨슨병에 대한 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1996년부터 10년간 찾아온 파킨슨병 신규환자 1751명을 분석한 결과 40대와 50대가 42.7%를 차지,65세가 되기 전부터 파킨슨병을 조기발견해 치료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심평원의 조사결과 2004년 6180명이던 40~50대 환자가 2008년 8393명으로 40%나 늘어난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의사인 제임스 파킨슨이 그의 저서에서 자신이 진료한 3명의 환자를 포함,총 6명의 환자에게서 관찰한 새로운 임상증상에 관해 기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권투선수인 무하마드 알리(사진)같은 대중스타들이 이 병을 앓았고 2005년 4월 파킨슨병을 가졌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합성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해 발생한다. 파킨슨병의 주된 증상은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근육이 뻣뻣해지는 경직,신체의 일부가 떨리는 진전,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쉽게 넘어지는 자세 불안정 등이 있다. 또 다수의 환자가 우울 · 불안 · 치매 · 불면증 등을 동반하는데 이는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도파민성 신경세포와 함께 감정 · 수면 · 기억 등을 담당하는 다양한 신경세포들도 함께 소멸하기 때문이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도시보다 시골에 사는 사람에게 많고 우물물을 먹고 사는 경우(오염된 식수나 살충제 같은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음)에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환경적 요인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얘기다. 5~10%가 유전적 배경을 갖는 가족성 환자로 파악된다. 현재까지 6개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파킨슨병이 초래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는데 해당 유전자가 암호화하고 있는 단백질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가족력 없이도 파킨슨병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킨슨병은 뇌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도 정상 소견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질환과 감별할 필요가 있어 MRI를 찍는다. 방사성 동위원소로 뇌부위별 활성도를 알아보는 핵의학검사는 파킨슨병 환자의 확진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므로 많이 시행된다.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의 면담을 통한 특징적인 증상의 파악이다.
파킨슨병은 다른 퇴행성 뇌질환과는 달리 도파민 기능을 발휘하는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운동장애를 효과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약물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것은 레보도파 제제이다. 이 약은 뇌세포에 흡수돼 도파민으로 바뀜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킨다. 레보도파의 대부분은 장에서 파괴되는데 최근에는 레보도파를 파괴하는 효소를 차단하는 억제제를 복합해 투여한다.
하지만 레보도파 제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약효가 떨어진다. 도파민에 감수성을 보이는 세포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를 5년 이상 사용하게 되면 50% 이상의 환자에게서 머리ㆍ목ㆍ턱ㆍ혀ㆍ목소리와 드물게 다리와 발까지 부자연스럽게 떠는 '운동변동'이나 어깨ㆍ팔ㆍ손ㆍ입ㆍ혀가 자기도 모르게 움직이고 비틀리는 '이상운동증'등 운동합병증을 겪게 된다.
최근 들어 많이 사용되는 미라펙스(성분명 프라미펙솔)과 리큅(성분명 로피니롤) 등의 도파민 작용제는 도파민 수용체에 직접 전달돼 도파민처럼 작용한다. 작용시간이 길고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신경보호 효과도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다.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시키며 레보도파의 용량을 줄이고 사용기간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약을 복용하면 13% 이상이 충동조절장애(도박 폭식 충동구매 성적돌발행동)를 일으키는 단점이 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운동치료와 식사요법도 치료효과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스트레칭과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은 굳어진 근육을 이완시켜주고 체력과 의욕을 향상시켜 치료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준다. 식사요법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야채를 많이 먹는 게 권장된다. 고단백 식품은 레보도파 제제의 약효를 떨어뜨리고 야채의 풍부한 섬유소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변비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함유한 비타민C와 E가 항산화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메토클로프라마이드나 레보프라이드처럼 위장관운동을 촉진시키는 소화제는 운동기능에 영향을 미쳐 진전이나 경직이 심해지는 현상을 유발한다. 할로페리돌,퍼페나진 같은 신경안정제는 졸음 구강건조증 배뇨장애를 악화시킨다. 따라서 이런 약물들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금기해야 한다.
파킨슨병에서 수술적 치료는 최근에 심부뇌자극술이 개발되면서 약물이 잘 듣지 않는 경우,약에 의한 이상운동증 합병증이 심할 경우에 한해 시행되고 있다. 이 수술은 두개골을 고정하는 금속 프레임을 착용한 후 MRI를 촬영,수술실에서 신경외과 및 신경과 전문의가 협의하며 진행한다.
국소마취로 머리에 작은 구멍을 낸 후 미세전극을 뇌의 중심부로 정밀하게 삽입하면서 전극을 심고자 하는 뇌구조물의 뇌파를 탐지해 낸다. 목표지점을 발견하면 그 위치에 전극을 심고 자극을 해봐서 환자의 파킨슨병 증세가 호전이 되는지,부작용은 없는지를 수술 중에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전극을 심게 된다. 이후 전신마취를 하고 배터리를 가슴 부위 피부 밑에 심고 뇌의 전극과 연결한다.
통상 좌우 양측을 다 수술할 경우 대개 오전 7시부터 MRI 촬영을 시작해 오후 3~4시에 수술이 끝나게 된다. 수술 당일부터 식사와 운동을 할 수 있다. 수술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아주 드물게 뇌출혈ㆍ감염 등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으므로 수술 전 의료진이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거치게 된다.
수술 후 약 2주가 지나 배터리를 켜 뇌 심부를 자극하면 치료효과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나타나지만 환자 스스로 만족할 만한 정도의 효과는 약 80%에서 기대할 수 있다. 수술 후 배터리는 3~5년마다 국소마취를 거쳐 교체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파킨슨병의 정확한 진단이 내려져 이에 대한 내과적 치료를 충분히 한 후, 신경과와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의해 수술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수술을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도움말=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정선주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