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제한이 없는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에서 폭스바겐의 신형 페이톤은 거침이 없었다. 시승 구간은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에서 페이톤을 직접 생산하는 드레스덴까지 편도 300㎞ 정도.시승 모델은 뉴 페이톤 4.2 노멀휠베이스(일반 모델)였다.

처음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는 크고 무거운 차체의 느낌이 전해졌다. 하지만 8기통짜리 4.2ℓ 엔진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부드러운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최고 힘을 끌어올렸다. 최고 출력은 335마력.속도계가 시속 200㎞를 넘긴 상태에서도 마치 지면에 달라붙은 것처럼 흔들림이 없는 게 인상적이었다.

구부러진 길을 빠르게 지나칠 때도 쏠림 현상이 거의 없었다. 대형 세단에선 드물게 4륜구동 장치를 채택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앞 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ACC) 장치를 켜봤다. 주행속도를 시속 1㎞ 단위까지 미세 조정할 수 있었다. 아우디 세단처럼 안락모드,역동모드 등 4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2시간 정도를 고속으로 쉼없이 달렸는데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았다. 시트를 총 18개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어 최적의 상태에서 운전할 수 있었던 게 도움을 줬다. 운전석과 조수석엔 별도로 마사지 기능까지 갖췄다.

인테리어도 깔끔한 편이다. 드레스덴 투명유리 공장에서 전량 수작업으로 만드는 고급차인 만큼，가죽과 원목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다만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2개의 재떨이가 있는데，이런 기능이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뒷좌석 승객을 위한 차이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이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오디오가 있는 공간) 하단 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어색하게 느껴졌다.

뉴 페이톤의 변속기는 자동 6단이다. 경쟁사 차량이 7~8단 변속기를 채택하는 것과 다르다. 변속 과정에서 특별히 문제될 게 없었지만,연비 향상에 일조하지는 못했다. 한국 내 판매가격이 1억1280만원으로,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

볼프스부르크(독일)=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