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정사기업체 기산전자(대표 장상환)는 생산량을 기존의 두 배로 늘린 신공장을 서울 성수동에 완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소형 정사기의 국내 수요 및 대형 정사기의 해외 수출 증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소형 제품은 월 2000대에서 4000대로,대형은 300대에서 600대로 생산량을 늘렸다. 내년 출시 예정인 중형 제품도 월 1000대 생산 규모를 갖췄다. 정사기는 계수 기능뿐 아니라 위조지폐,지폐 권종,낡은 지폐 구분 기능까지 갖춘 기계다.

이 회사는 지난해 지폐를 넣으면 2개의 출구에서 위폐,권종이 구분돼 나오는 소형 정사기를 내놓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기존 은행 창구에서는 단순 계수기만 사용했다. 그러나 5만원권 및 1만원권,1000원권 등 신권 발행과 위폐 유통이 늘면서 창구에서도 이를 구분할 수 있는 소형 정사기 수요가 크게 늘었다. 특히 기산전자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며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장 대표는 "경쟁사 대비 10% 이상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위폐 감별력 및 터치스크린 적용으로 부피를 줄이고 사용 편의성을 높인 점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주력 제품인 출구 4개짜리 대형 정사기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이 제품은 주로 은행 본점이나 지역 센터 등 다량의 지폐를 다루는 곳에서 쓰인다.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이지만 해외에서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장 대표는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 인도 등에서 은행 자동화 사업을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92억원이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276억원으로 세 배 뛰었다. 매출 기준으로 경쟁사를 따돌리고 국내 1위로 올라섰다. 올해는 지난 8월 말 결산 기준으로 이미 매출 300억원을 넘었다. 연말까지 400억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장 대표는 상반기 1600만달러를 수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무역협회로부터 9월 '이달의 무역인' 상도 수상했다. 그는 "국내 소형 정사기 보급률은 이제 15% 정도"라며 "해외 시장까지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내년엔 출구 3개짜리 중형 정사기도 출시한다. 대형은 은행 본점 단위,소형은 개별 창구용이라면 중형은 지점당 하나씩 쓰기에 알맞은 제품이다. 장 대표는 "앞으로는 정사기뿐 아니라 은행 자동화기기(ATM),자판기 등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혀 나갈 것"이라며 "3~5년 내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