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하(U-17) 여자 축구 대표팀의 주포 여민지(17.함안대산고)가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컵과 득점왕, 최우수선수상까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세계 여자 축구의 `차세대 지존'으로 우뚝 섰다.

여민지는 26일(한국 시각) 트리니다드 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에서 끝난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8골(3도움)으로 대회 최다 득점자에게 돌아가는 `골든 부트'와 최우수 선수상인 `골든 볼'을 수상하며 이번 대회의 주인공이 됐다.

U-20 여자월드컵에서 지소연(19.한양여대)이 8골을 넣어 실버부트(득점2위)를 받은 지 한달여 만에 한국인 최초 FIFA 대회 우승을 이끌고 득점왕에 MVP까지 거머쥐는 새로운 신화를 써냈다.

이번 대회에서 여민지의 행보는 `기록'의 연속이었다.

여민지는 이날 일본과 결승전에서는 골을 넣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치른 6경기에 모두 출전해 무시무시한 득점력을 과시했다.

남아공과 1차전에 교체 출전해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더니 멕시코와 2차전부터는 선발로 나와 2골이나 뽑아냈다.

독일과 3차전에서 잠시 침묵했던 여민지는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는 한국이 수세에 몰릴 때마다 결정적인 득점을 성공시키며 4골을 몰아쳐 한국 선수로 FIFA대회 한 경기 최다 골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스페인과 준결승에서도 분위기를 반전시킨 천금 같은 동점골을 넣고 역전 결승골까지 돕는 활약을 펼쳤다.

여민지는 또 FIFA 등록 기자단 투표로 대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돌아가는 `골든 볼'까지 수상하며 한국 축구사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8월 U-20 여자월드컵에서 지소연이 최우수 선수 부문 2위 `실버볼'이 한국 선수가 FIFA 대회에서 받은 개인상 부문 역대 최고 성적이고, 남자 대표팀에서는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브론즈볼을 수상한 적이 있다.

무릎 부상으로 몸 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거둔 `트리플 크라운'이라 의미가 더 깊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여민지는 지난해 AFC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 차례 해트트릭을 포함해 10골을 몰아치고 득점왕에 오르는 등 한국 여자 축구의 차세대 스트라이커감으로 일찌감치 꼽혀왔지만 이번 월드컵 두 달 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중학생 시절부터 좋지 않았던 오른쪽 무릎 십자 인대를 또다시 다치는 큰 부상으로 U-17 월드컵을 앞둔 전지훈련과 평가전에 참가하지 못했다.

자칫 참가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여민지는 특유의 집중력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재활에 매달렸고, 당초 예상 회복 기간을 크게 단축해 의료진 등 주변을 놀라게 했다.

지난달 31일 캐나다와 평가전에서야 처음 필드를 밟은 그는 조바심 내지 않고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결국 이번 월드컵에서도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축구팬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깊이 새겼다.

출국 전 "(지)소연 언니처럼 최소 8골은 넣고 세계에 `여민지'가 누구인지 보여주겠다"던 다짐을 자신의 두 발로 현실로 이뤄낸 것이다.

한경닷컴 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