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동철씨(38)는 최근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사면서 지갑이 홀쭉해졌다. 미국 출장을 다녀온 친구를 통해 아이패드 3G모델을 620달러(71만6000원)에 산 뒤 가죽케이스와 화면 보호필름 등을 구입하는데만 25만원을 더 썼기 때문이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돈이 한번에 나간 셈이다. 김씨 부인은 "배보다 배꼽이 크다"며 타박하지만,정작 김씨는 "하나도 아깝지 않다"며 쓸만한 액세서리가 있으면 더 구입할 태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이들 제품을 꾸며주는 액세서리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휴대폰 케이스 업종이다. 휴대폰 케이스는 한동안 사양길로 접어드는 듯했지만,최근 스마트폰 메이커의 공식 인증을 받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케이스 업체들은 당초 올해 스마트폰 케이스 시장을 300억원 정도로 예상했지만,갤럭시S와 아이폰 열풍으로 그 규모는 이미 500억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씀씀이 큰 스마트폰 이용자들

전 세계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 규모는 1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시장 규모도 정확한 집계는 안되지만 올해 팔린 스마트폰이 200만대가 훨씬 넘기 때문에 케이스시장만 해도 5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액세서리 시장이 커지는 이유에 대해 시장조사기관인 NPD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액세서리 가격이 비싸도 이를 구매하는 데 큰 저항감이 없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필수 액세서리는 케이스와 충전기,보호필름 등이다. KT에 따르면 아이폰과 관련된 평균 액세서리 구입 개수는 5~6개로 구입가격은 13만원에 육박했다. 100만대를 기준으로 하면 아이폰 사용자들이 액세서리에 투자한 금액만도 130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고가인 케이스는 10대와 20대가 주로 구입하지만,외장 배터리와 보호필름은 10대부터 40대까지 골고루 구입하는 분위기다.

휴대폰 액세서리 가격도 비싸지는 추세다. 아이폰 액세서리 회사인 아이러브의 케이스는 1만~4만원대로,여기에 보호필름(4만원)과 스피커(12만원) 등을 더하면 세 가지만 구입해도 20만원에 달한다. 독일 업체인 젠하이저는 유선 헤드셋을 9만9000원에 팔고 있다. 최근에는 65만원짜리 무선 헤드셋까지 나왔다.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제품은 액세서리 아이템 수가 훨씬 다양하다. 아이패드를 담을 수 있는 조끼는 물론,전용 가방,외장 거치대,외장 배터리까지 나오고 있다.

◆갤럭시탭 출시 맞춰 전용 액세서리

스마트 기기들의 액세서리 시장이 팽창하자 삼성전자는 아예 태블릿 제품인 갤럭시탭 출시에 맞춰 전용 액세서리를 선보이기로 했다. 협력사를 통해 전용 가죽 케이스와 키보드,스피커,헤드셋 등을 만들어 갤럭시탭과 함께 판매하기로 한 것.

삼성전자가 액세서리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삼성만의 제품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데다 액세서리 사업 자체의 마진도 높기 때문이다. 조사기관인 ABI에 따르면 스마트폰 액세서리의 마진율은 약 30~90%대에 달한다. 미국 통신업체들이 액세서리 업체들과 공동 개발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 관계자는 "향후 디자인과 품질을 개선한 다양한 액세서리를 내놓아 갤럭시탭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액세서리 열풍을 만든 아이폰의 경우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고객들이 고가의 액세서리에 투자하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며 "갤럭시탭의 성능과 만족도가 액세서리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짓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