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이후 첫 거래일부터 주가와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20원 가까이 뛰었고, 코스닥지수는 5% 넘게 하락했다.탄핵 정국 장기화 우려로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 이탈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고(高)환율이 지속돼 물가 상승과 내수 침체 가속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경고음도 나온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17원80전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437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하던 2022년 10월 24일 달러당 1439원70전을 기록한 후 750일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계엄 선포 전인 지난 3일 주간 거래 종가(1402원90전)보다 4거래일 만에 34원10전 뛰었다.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달러선물 순매수세가 유입돼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정치 불안이 원화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이날 코스피지수는 2.78% 떨어진 2360.58에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는 5.19% 폭락한 627.01까지 밀렸다. 코스닥지수가 63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0년 4월 코로나19 이후 4년7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합계 시가총액은 3일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4거래일 동안 약 2046조원에서 1933조원으로 110조원 넘게 증발했다. 개인 투자자는 이날 1조1920억원어치를 팔아치워 증시 하락세를 주도했다.해외 기관도 정치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우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이날 내년 한
개인투자자들의 ‘패닉 셀링’(공포 매도)에 국내 증시가 크게 휘청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직전에도 글로벌 수익률 꼴찌를 기록한 코스닥지수는 탄핵 불발이라는 악재까지 더해지자 5% 넘게 급락했다. 윤 대통령의 거취가 불명확해지고 정치권 혼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경제 정책의 동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하루 새 1조2000억원 팔아 치운 개미9일 코스닥지수는 5.19% 급락한 627.01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4월 후 4년8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코스피지수도 2.78% 하락한 2360.5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후 1년1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개인투자자의 패닉셀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889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030억원 등 총 1조192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 1707개 중 하락 종목은 1553개(90.9%)에 달했다. 이 중 절반(785개)가량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개인이 매도 물량을 쏟아낸 건 ‘단기 악재에 따른 지수 하락은 언젠가 회복된다’는 원칙이 이제 통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판단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 지난 8월 5일 ‘블랙 먼데이’ 사태 등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개인은 대규모 저가 매수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악재는 영원하지 않고 증시는 결국 본질적 가치에 수렴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한 해 내내 -20%대 수익률에 시달리며 지칠 대로 지친 개인은 ‘계엄령 선포’와 ‘탄핵 부결’이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까지 맞닥뜨리자 미련 없이 국장을 떠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이 투매에 나서자 개인 투자
올해 고수익을 낸 국내 투자자들은 대부분 금융투자 자산 중 해외 주식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30대 이하 투자 고수들의 해외 주식 비중은 3분의 2에 달했다.9일 한국경제신문이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이 증권사 고객 중 수익률 상위 10% 투자자를 연령대별로 조사한 결과 30대 이하 청년은 해외 주식 비중이 평균 64.05%에 달했다. 부모가 대신 투자해주는 사례가 많은 10대는 해외 비중이 70%에 육박했다.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묻어둘 만한 장기 투자 상품으로 대부분 미국 주식을 택한 것이다.40대도 해외 주식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말 조사 때는 46.1%였는데 최근 조사에서 53.5%로 높아졌다. 반면 국내 주식 비중은 상반기 말 40.9%에서 33.0%로 떨어졌다. 나머지는 채권과 주식연계채권(ELS) 등 기타 금융자산이었다.비교적 국내 증시 비중이 높다고 알려진 장년층도 해외 주식 비중이 국내 주식을 추월했다. 60대 이상 투자자의 상반기 해외 주식 비중이 33.4%였는데 최근 42.2%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 주식 비중은 같은 기간 51.1%에서 42.1%로 뚝 떨어졌다. 50대도 상황이 비슷했다.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국내 주식도 한국에 상장된 미국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가 많았다. 국내 투자 고수들이 보유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평균 5.6개가 미국 지수 추종 ETF였다. 실제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통계보다 훨씬 더 높다는 얘기다.30대 이하는 국내 주식 중 60% 이상이 미국 ETF였고 40대는 절반이, 50대는 40%가 미국 ETF를 담고 있었다. 50대의 미국 ETF 보유 비중도 반년 사이에 2배 늘었다.조아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