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을 추진하면서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돈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 김성식(한나라당) 의원은 "한은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한은이 정부에 빌려준 일시 대출금 총액은 34조원이었고, 갚은 돈을 뺀 대출 잔액은 14조원이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정지출은 국세수입 등 당해연도 수입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부득이한 재정지출 수요가 있을 경우 정부는 국고금 관리법 등에 근거해 한국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뒤 해당 회계연도말까지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김 의원은 "정부가 한은에서 돈을 빌린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을 위해 한은에서 미리 돈을 빌려 쓴 뒤 조세수입이 들어오면 대출금을 갚았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IMF 금융위기를 겪었던 1998년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한은 대출을 받았던 해는 모두 여덟 번으로, 이 가운데 대출액이 10조원을 넘었던 해는 2005년(12조원), 2009년(17조원), 올해(34조원) 등 세번이었다. 재정 조기집행이 시작된 2009년의 경우 정부는 상반기 중 17조원을 빌려 조세수입이 생긴 하반기에 모두 되갚았고, 올해 들어선 6월말까지 34조원을 빌렸지만 수시로 돈을 갚아 상반기 기준으로 20조원을 상환했다. 이처럼 정부가 올 들어 한은 대출금을 수시로 갚음에 따라 이자지급액은 2009년 637억원에서 올해 189억원으로 줄었다. 김 의원은 "재정 조기집행을 위해 정부가 한은 대출금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되지만, 정부는 경기회복의 온기가 바닥까지 퍼질 수 있도록 재정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