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설비 70% 국내 조달…모비스 등 11개社 동반 진출
현대자동차가 지난 21일 러시아 공장을 준공,현지 맞춤형 모델로 시장 1위 탈환에 나선 가운데 르노-닛산 도요타 폭스바겐 등 경쟁사들도 연이어 현지 생산 확대 계획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3년 새 수요가 반토막났지만,지난 10년간 형성된 중산층의 저변이 넓어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시장변화에 앞서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러시아 승용차 시장은 2008년 290여만대로 유럽내 최대 규모로 커졌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작년엔 146만여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위기가 진정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비행을 거듭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승용차 판매는 올해 168만대에서 2012년 188만대,2015년 350만대 등으로 빠른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차, 동 · 서유럽 잇는 생산망 완결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준공식에서 "현지고객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해 개발한 소형차 쏠라리스를 생산하게 될 러시아 공장이 잘 되도록 하겠다"며 현지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푸틴 총리는 축사에서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높은 잠재력이 있다"며 "현대차는 공장 건설을 통해 그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현대차가 준공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수입차 관세가 최고 40%에 달하는 러시아 시장의 점유율(현지 메이커 포함)을 현재 5위에서 1~2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지기지다. 이 공장에서 러시아 소비자 취향에 맞춰 개발한 소형차 쏠라리스 세단과 해치백 모델을 전담 생산한다. 내년 1월 본격적으로 4도어 세단 생산에 나서고 5월께 해치백 모델도 만든다.
김원일 현대차 상품전략총괄본부장은 "쏠라리스의 내년 생산 · 목표는 해치백 모델을 포함해 10만5000대이며 2012년에는 15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현대차 판매량은 올해 8만대 수준에서 최소 30% 이상 늘면서 시보레를 제치고 수입차 브랜드 1위에 오를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기아자동차를 합치면 시장 1위인 현지업체 아브토바즈도 추격 사정권에 들어온다.
현대차는 기존 체코와 터키에 이어 러시아 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서유럽과 동유럽을 잇는 생산 체제를 완성했다. 향후 유럽 지역 공략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러시아 공장에서 기아차 모델을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억달러(5800억원)가 투자된 러시아 공장은 현대차의 6번째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총 투자의 70%에 해당하는 설비를 국내에서 조달했다. 최근 설립한 해외 공장 중 설비 국내 공급률이 최대다. 현대차와 동반 진출한 현대모비스 등 11개 부품사들의 국내 조달률도 높아 국내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공장 신 · 증축 경쟁 가속화
현대 · 기아차의 발빠른 움직임에 글로벌 경쟁 메이커들도 러시아 현지 합작공장 신설 또는 라인 증설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르노-닛산은 러시아 국영 자동차 회사인 아브토바즈와 합작,연산 30만대 규모의 소형차 생산시설을 새로 가동키로 했다.
양사는 총 4억유로를 투자해 러시아 중부 사마라주에 있는 아브토바즈의 톨리야티 공장에서 2012년부터 소형차를 생산한다. 정부 지원으로 경영위기에서 헤어난 아브토바즈는 르노-닛산과의 제휴 등을 통해 차량 생산을 올해 55만대에서 2020년 12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중형차 캠리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도요타도 제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1공장의 캠리 생산량을 전년 대비 80% 늘리고 소형차인 코롤라를 추가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다케시 이소가야 러시아 법인장은 최근 푸틴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신공장 건설을 포함해 러시아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러시아 공장을 건설한 폭스바겐은 이미 1600㏄급 소형 폴로를 현지 모델로 바꿔 본격 생산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이 차량을 러시아 국민차로 키우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GM 포드는 물론 중국 체리자동차도 10만대 안팎의 현지 공장을 운영중이다. 현대차 딜러점 젠서의 안드레이 포킨 총매니저는 "러시아 현지생산 설비를 늘리려는 메이커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폭스바겐과 르노-닛산 등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