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 신지애 빗속에서도 컴퓨터 샷…"이렇게 많은 갤러리는 처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최고 메이저대회 '메트라이프 · 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은 신지애(22 · 미래에셋)를 위한 대회였다. 첫날 첫 홀에서 이글로 기선을 잡은 신지애는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완벽한 우승을 일궈냈다.

19일 88CC 서코스(파72).아침부터 날씨가 흐릿했지만 1만6000여명의 갤러리들이 운집했다. 신지애-허윤경(20 · 하이마트)-김혜윤(21 · 비씨카드)으로 짜인 챔피언조 경기는 첫 홀부터 까치발을 하지 않으면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최나연(23 · SK텔레콤)-박유나(23 · 동아회원권)-김소영(23 · 핑골프)조에도 이에 버금가는 갤러리들이 따라다녔다.

3라운드까지 3타차 선두였던 신지애는 최종일 1,2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경쟁자들을 일찌감치 따돌렸다. 한때 김혜윤과 김소영이 3타차까지 따라왔으나 간격은 더 이상 좁혀지지 않았다. 신지애는 첫날부터 선두에 나선 후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고 '와이어(wire)-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스코어는 합계 12언더파 278타로 출전선수 가운데 유일한 두 자릿수 언더파다.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 신지애 빗속에서도 컴퓨터 샷…"이렇게 많은 갤러리는 처음"

국내 대회 우승은 2008년 10월 KB스타투어 4차대회 후 약 2년 만이다. 신지애는 2005년 프로데뷔 후 국내 대회 20승,일본 투어 3승,미국 투어 7승 등 총 30승째를 올렸다.

신지애는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받은 것 외에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신지애는 이번 우승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최연소 명예의 전당'입회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 대회 전까지 입회 포인트 95점을 기록한 그는 이번 우승으로 포인트(메이저대회) 4점,참가 점수 1점을 보태 딱 100점을 맞췄다. 구옥희(54)가 2004년에 입회해 1호를 기록했고 미국 LPGA투어에서 이름을 날린 박세리(33)가 2007년에 입회했다. 여기에 22세4개월22일이라는 어린 나이에 신지애가 세 번째로 명예의 전당 가입 자격을 얻은 것이다. KLPGA 입회 10년 이상이라는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에 신지애가 정식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2015년이다. 신지애는 국내 대회 20승을 올림으로써 KLPGA투어 영구 시드도 받았다.

신지애는 또 여자골프 세계랭킹도 한 단계 오를 것으로 보여 랭킹 1위 복귀 발판을 마련했다. 신지애는 현재 평점 10.56으로 세계랭킹 3위를 달리고 있다. 이 우승으로 크리스티 커(미국 · 10.67점)를 따라잡고 2위로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랭킹 1위 미야자토 아이(일본 · 11.17점)는 이번 주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신지애는 완벽한 우승에 걸맞게 플레이 내용도 흠잡을 데 없었다. 대회 72홀 동안 보기는 단 3개에 불과했고,3퍼트는 두 차례에 그쳤다. 88CC의 악명 높은 빠른 그린도,고국 갤러리들의 극성스러움도 '골프 여제'의 우승행진을 막지는 못했다.

그는 "국내에서 이렇게 많은 갤러리는 처음"이라며 "팬들의 응원 덕분에 힘이 더 났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20일 오전 일본으로 떠나 24~26일 열리는 JLPGA투어 미야기TV던롭여자오픈에 출전한다.

드라이버샷을 하는 순간 오른발을 움직여 스탠스를 취하는 김혜윤은 합계 8언더파 280타로 단독 2위를 차지했다. 최나연은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양수진(19 · 넵스) 김자영(19 · 동아오츠카) 김소영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2라운드까지 신지애와 함께 공동 선두였던 최나연은 3라운드에서 주춤거리며 선두권에서 처졌다.

간간이 내리는 빗속에서도 세계적인 선수들의 '명품 샷'을 끝까지 관전하던 갤러리들은 주최 측에서 마련한 경품을 받고 흐뭇한 표정이었다. 챔피언 신지애도 갤러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우승상금 1억4000만원 전액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박정석 신동아골프 대표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갤러리들이 모일 줄 몰랐다"며 "메트라이프 · 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이 국내 골프대회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