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은마 전용 76㎡(31평형)가 8억8000만원에 거래됐던데…." "급매물로 나왔던 거라 더 싼 물건은 없다니까요. "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한 중개업소에선 지난 18일 아파트를 보러 찾은 곽모씨와 중개업소 관계자가 실랑이를 벌였다. 곽씨가 은마 전용 76㎡형의 지난 14일 거래가를 제시하며 더 싼 매물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자 중개업소 측은 9억원 이상밖에 없다며 말을 잘랐다.

서울시가 지난 1일 부동산정보광장(http://land.seoul.go.kr) 사이트의 문을 열면서 부동산 중개업소에 신풍속도가 생기고 있다. 실거래가를 제시하고 비슷한 가격대의 매물을 찾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서울지역에서 신고된 부동산 거래는 다음 날 바로 부동산정보광장에 뜬다. 이 때문에 최근 2~3일 사이에 거래된 주택가격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국토부가 60일 이내 신고된 실거래가를 모아 그 다음 달 중순에 보여 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정보광장 가격을 파악하고 물건을 찾는 매수자들이 늘고 있다. 곽씨는 "요즘처럼 가격이 많이 바뀔 땐 국토부 자료로 시세를 알기 어렵다"며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검색하고 물건을 사는 것처럼 최신 부동산 가격을 확인하고 거래 계획을 세울 수 있어 부동산정보광장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도자나 중개업소 측은 최신 실거래가 공개가 달갑지만은 않은 눈치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매 가격이 계속 낮아지는 추세여서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최근 거래 물건보다 낮은 물건만 찾는다는 설명이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거래가 워낙 없어 낮은 가격의 급매물만 가끔 거래되는 편인데 매수자들이 거래된 물건보다 싼 물건만을 원해 난감할 때가 많다"면서도 "실거래가를 금세 알 수 있어 매수 · 매도자와 상담하는 게 편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광장 사이트를 운영하는 서울시 토지관리과 관계자는 "사이트 오픈 이후 하루 평균 5000명 이상이 접속했고 숫자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실거래가 즉시 공개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민원인이 많다"고 전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