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감사원장(사진)이 새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되자 '지산통신(芝山通信)'이란 책이 총리실 간부의 필독서가 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17일 "지산통신에 김 후보자의 가치관 등이 잘 담겨 있다고 해서 책을 구해 읽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김 후보자가 2004년 광주지법원장 재직 시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한 통씩 보낸 이메일 73통을 광주지법 직원들이 모아 발간한 수필집.지산은 광주지법이 위치한 광주시 지산동에서 따온 이름이다.

김 후보자는 2004년 10월22일자 지산통신'중도저파(中道低派)'에서 "공산주의(사회주의)와 경쟁해 승리한 자본주의(자유민주주의)는 더욱 겸손해야 한다.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며 자본가와 노동자가 함께하며 기존가치의 존중과 새로운 가치에의 모색이 자연스레 교차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저는 모든 면에서 극단을 싫어한다. 중도라 하더라도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중 어느 쪽이냐고 동문(東問)한다면 소외계층을 보듬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도저파라고 서답(西答)할 것이다"고 했다.

나아가 "기득권에 연연한 우파,특히 극우는 추하고,현실을 무시하고 꿈만 꾸는 좌파,특히 극좌도 철이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했다. 2004년 광주지법에서 김 후보자와 함께 일했던 K판사는 "지산통신을 보면 김 원장의 약자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다"며 "특히 매사에 꼼꼼하며 메모를 열심히 하는 분이었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는 여야가 인사청문회를 29,30일 이틀간 실시키로 함에 따라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착수했다. 준비 총책은 임채민 총리실장이 맡았다. 그동안 총리 인사청문회 준비는 차관급인 사무차장 또는 국무차장이 맡았지만 이번에 장관급인 총리실장이 직접 챙기기로 한 것은 김태호 전 후보자가 중도사퇴한 것을 계기로 청문회 준비를 한층 세밀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일부에서 김 후보자가 호남 출신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호감을 갖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지역균형 인사가 평가될 만하다는 것뿐이지 도덕성과 자질 검증은 매섭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동의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은 내달 1일 이뤄진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