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를 여행하지 않고서는 태국을 봤다고 말할 수 없다. 치앙마이는 란나 불교왕국의 700년 역사가 일상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물이 흐르는 해자와 성곽에 둘러싸인 태국의 전형적인 왕성이다. 지금은 성곽 일부만 남아 있지만 열대가로수 꽃향기를 맡으며 산책하는 맛이 남다르다. 100여개의 사원이 산재해 있는 치앙마이 중심,올드시티에서는 길을 잃고 대책 없이 헤매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코끼리 트레킹 좋아요

치앙마이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답게 곳곳에서 '태국 전통미'를 확인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라 있다. 성곽 안 구시가에서 치앙마이의 과거를 볼 수 있다. 도시의 안과 밖은 5개의 성문 격인 '쁘라뚜'로 연결된다.

동쪽 문인 쁘라뚜 타패 지역은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집결지로 활기가 넘친다. 게스트하우스,여행자 식당,기념품 가게 등이 있다. 유명한 야시장인 나이트 바자로 이어진다. 삼륜차 지붕 위에 태국 국기와 번쩍대는 전구장식으로 멋을 낸 '뚝뚝'을 타고 올드시티를 둘러보자.'새로운 도시'란 의미의 치앙마이를 진하게 느끼는 한 방법이다.

시내에서 14㎞ 거리에 있는 '도이 수텝 사원'은 치앙마이 여행길의 필수코스다. 치앙마이의 수호 사원인 도이 수텝은 해발 1053m 산중턱에 자리해 시내 전망이 좋다. 부처 사리를 모시기 위해 길을 떠났던 흰 코끼리가 이 산에 이르러 발걸음을 멈추고 가지 않는 것을 보고는 그 자리에 사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306개의 계단에 올라서면 부처 사리를 모신 22m의 황금빛 불탑이 눈에 들어온다. 경내에 있는 33개의 종을 모두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에 서양 관광객들도 모두 종을 치고 지나간다. 인근에 현 태국왕의 여름별장이 있다.

원시림에서 즐기는 코끼리 트레킹이 즐겁다. 집채 만한 코끼리 등에 올라 앞뒤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며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울창한 정글 숲으로 들어가니 엉덩이가 절로 들썩인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배 나온 사람들은 코끼리 등위에 앉아있는 것을 미안해 하는 느낌이다. 코끼리 트레킹과 뗏목 래프팅으로 밀림 속으로 들어가면 고산족들의 원시적인 삶을 볼 수도 있다. 숲속 생활을 하는 고산족은 약 40만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치앙마이의 또 다른 명물은 나이트 바자.아열대 기후인 동남아에선 해가 진 후 기온이 낮아져 야시장이 발달해 있다. 시내 어디서든 '뚝뚝'을 잡아타고 나이트 바자를 외치면 편하게 데려다 준다. 운전기사가 짧은 영어로 마사지 숍을 소개하며 관광가이드 역할도 한다. 미터기가 없어 요금 흥정은 필수다.

◆입맛에 맛는 별미천국

태국은 외식문화가 발달해 있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보다는 외식을 좋아한다.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길거리 리어카에서 파는 음식도 먹음직스럽다. 코코넛 카레 국수라는 '카오 쏘이'는 치앙마이의 특선음식.태국 최고의 국수요리로 손꼽힌다. 레드카레의 매콤한 맛과 코코넛 밀크의 달콤한 맛,그리고 바싹 튀긴 면의 조화가 입을 즐겁게 해 준다. 얇은 밀가루 반죽 위에 바나나 한 개를 숭숭 썰어 넣고 프라이팬에 살짝 구운 뒤 연유를 얹어 먹는 '로티'는 입에 침을 고이게 한다. 입가심으로 비닐봉투에 빨대를 꽂아 담아주는 과일 쉐이크는 20바트(약 800원) 정도.길거리 음식 중에는 곤충볶음이 눈길을 끈다. 메뚜기는 물론이고 애벌레,물장군,전갈 등 다양한 곤충을 튀김요리로 내놓는다. 태국인들이 술안주 거리로 좋아 한다.

나이트 바자에서는 발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각국에서 모인 여행객이 나란히 의자에 앉아 발 마사지를 받고 낮에 경험한 일들을 주제로 수다를 떨며 피로를 푼다. 선데이 마켓에는 고산족들의 수공예품들,은제품,옷,장신구,인테리어 소품,그림,가방,신발 등 없는 게 없다. 치앙마이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칸똑 만찬'이 인기다. 식사를 하면서 태국 북부 고산족 미녀들의 아름다운 춤을 감상할 수 있다.

밤하늘에 별들이 보이는 여행 마지막 날 '등불 풍선' 올리기가 하이라이트.각국의 여행자들은 '콤로이'라는 불을 밝힌 등불을 풍선처럼 하늘로 날리며 액운을 떨쳐낸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서로의 손목에 흰 실을 묶어 주며 상대의 복을 빌어 준다. 3일간 실을 풀지 않고 묶은 채로 있어야 행운이 함께 한다고 알려 준다. 희망과 꿈을 실은 등불풍선은 캄캄한 밤하늘에서 별이 된다.

치앙마이(태국)=글 · 사진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 여행TIP

치앙마이는 태국 제2의 도시다. 방콕에서 북쪽으로 700㎞ 정도 떨어져 있다. 풍부한 문화유산과 화려한 축제,뛰어난 수공예품,다양한 여행코스,고산족들의 다채로운 생활상을 만날 수 있다. 건기(10월~다음 해 2월)에는 기후가 온화해 한국 골퍼들이 많이 찾는다. 생활비도 저렴한 편이어서 은퇴이민자도 제법 보인다.

치앙마이 시내 교통수단은 삼륜 오토바이 '뚝뚝'과 소형 트럭을 개조한 '썽테우' 가 있다. 차량들은 좌측통행이다. 가까운 거리는 보통 50바트(약 2000원) 정도.

태국 통화 단위는 바트.1바트는 한화로 약 40원.한국이 두 시간 빠르다. 220V 전기를 사용한다. 대한항공이 치앙마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매주 화·금요일 오후 8시10분 인천공항을 출발한다. 5시간20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