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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죽으로 버무린 '맛있는 자연'…전병현씨 17일부터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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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화가라 요리도 별다르게 합니다. 한지를 물에 풀어 죽을 만들고 석고가루로 올록볼록 만든 틀 위에 손가락으로 종이죽을 조금씩 올려 밥그릇을 형상화하지요. 우리 주변에 자생하는 꽃들을 빚어 그 그릇에 담아냅니다. "

    한지죽을 이용해 독특한 질감의 꽃그림을 그려온 전병현씨(53)의 이색적인 '밥상 조형론'이다. 17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그는 "요리가 타이밍과 손맛이면 그림은 손맛을 들이고 시간을 더 조절한다는 점에서 색다르다"고 말했다.

    전씨는 정규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1982년)에서 대상을 받은 작가다. 1984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1991년까지 그곳에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펼쳤다. 그동안 백자에 담긴 꽃나무 가지를 소재로 한 작업과 달리 최근에는 광릉수목원과 지리산,강진의 마량포구 등을 찾아다니며 이미지를 채집한 뒤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3년 만에 여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만개'.계절에 따라 변하는 파도,달맞이,첫서리,산수유 마을,가을숲 등 때묻지 않은 자연을 전통 오방색으로 묘사한 근작 50여점이 걸린다. 그의 그림에서는 오솔길을 따라 아릿한 풀내음을 맡으며 숲을 헤치고 나가듯 푸근한 감성이 느껴진다.

    "어린 시절 뛰놀던 들이나 산,숲길 등은 바쁘게 사는 도시인에게는 언제나 위안의 대상이지요. 제 마음 속에 자리잡은 자연을 함께 느끼고 행복을 찾는다면 화가의 임무는 끝난 것이라고 생각해요. '화이친동(和而親同)'을 형상화하는 게 제 꿈입니다. "

    그는 이미지에 집중하는 다른 화가와 달리 색감에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는다. "오로지 색으로 남고 싶어요. 30대에 극사실주의와 색면추상,사군자를 다 해봤는데 그 가운데 일관된 요소가 있다면 소박미라고나 할까요? 화면이 색을 삼키도록 하면 '입히는 색'이 아니라 '벗기는 색'이 만들어지더군요. "

    실제 그의 작품은 컬러풀하지 않다. 화면에서 흰색은 물러나려 하고,푸른색은 가라앉으려 하며,검은색은 침묵을 가시화한다. 색동의 엷은 띠와 점이 화면에 그나마 표정을 심어줄 뿐,각막을 흔드는 화려함은 보이지 않는다.

    특유의 한지 부조작업이 보여주는 입체감과 두터운 마티에르 역시 발끝 아래 스치는 풀섶의 바삭거림처럼 촉각적으로 다가온다. 그의 그림에는 물,흙,돌,나무가 있다. 꽃이나 나무 등 원하는 형태를 흙으로 빚고 석고를 부어 틀을 만든 후 한지죽을 틀에 넣어 물기를 빼면 마치 뻥튀기과자 같은 느낌의 부조가 만들진다. 일일이 손으로 찢어 캔버스에 붙이고 황토와 돌가루를 입힌 뒤,먹과 안료로 색을 내고 목탄으로 선을 그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입체감이 살아있는 그림이 완성된다. (02)720-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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