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이 '숙적' 이창호와 타이틀전에서 7년6개월 만에 승리를 거두고 물가정보배 우승컵을 안았다.

이세돌 9단은 15일 경기도 분당구 서현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6기 한국물가정보배 프로기전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이창호 9단을 맞아 흑으로 159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지난 9월 1일에 열린 1국에서 선승을 올렸던 이세돌은 이로써 종합전적 2-0으로 이창호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LG배 결승에서 승리한 이후 7년 6개월 만의 타이틀전 승리다.

랭킹1위 이세돌과 최다관왕 이창호는 명성에 걸맞게 수준 높고 화끈한 경기를 펼쳤다.

초반부터 난해한 전투가 이어진 바둑은 흑백간 충돌과 타협이 리드미컬하게 이어졌다.

좀처럼 유불리가 결정되자 않던 바둑은 중반 좌상귀에서 벌어진 패싸움을 이긴 후 실리에서 흑에 저울추가 기울어졌다.

이후 반면 10집의 차이가 이어지자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창호가 돌을 던지면서 승부가 끝났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던' 한판이었다.

그동안 유독 이창호에 약한 모습을 보여 왔던 이세돌에게 오늘 승리는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한판이었다.

7개월째 랭킹 1위를 지키며 1인자로 군림했지만 이창호의 벽을 넘지 못한 '반쪽 1인자'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2001년 2월 제5회 LG배 결승전에서 이창호와 첫 타이틀전을 벌인 이세돌은 초반 2연승으로 당시 세계바둑 1인자인 상대를 막판에 몰아넣으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후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3연패를 당해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다.

32연승을 달리며 '불패소년'이라는 별명으로 욱일승천하던 이세돌은 그 패전 이후 2001년 바둑왕전, 2002년 왕위전 타이틀전에서 연거푸 패하며 이창호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제7기 LG배 결승에서 3-1로 이긴 것이 유일한 이창호와 타이틀전 승리로 그동안 결승전에서 5차례 패하며 철저하게 밀렸었다.

그러나 오늘 승리로 이창호와 결승에서 첫 완봉승을 거두며 역대전적도 23승31패로 좁혔다.

이세돌은 우승 직후 "바둑 내용은 나빴지만 결과가 좋아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후 "대국장까지 응원 온 아내가 큰 힘이 되었다.

우승의 기쁨을 아내에게 전하고 싶다"며 아내 김현진씨에게 공을 돌렸다.

6개월의 휴직을 끝내고 올 1월에 바둑계에 복귀한 이세돌은 4월에 비씨카드배에서 우승한 데 이어 5개월 만에 타이틀을 추가하며 2관왕에 올랐다.

통산 32번째 타이틀이다.

또한 물가정보배에서만 3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준우승만 3차례 한 이창호와 대조를 이뤘다.

우승 상금은 3천만원이다.

(성남연합뉴스) 정동환 객원기자 bd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