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성취할 수 없는 욕망과 열등감일 겁니다. 좋은 몸매를 원하면서 동시에 먹고 싶은 욕망도 모두 좇아보세요. 불행하겠죠?"

14일 오후 서울 태평로의 한 카페.'제10회 동서커피문학상 멘토링 클래스'의 강사로 나선 소설가 김홍신씨가 주부 100여명에게 '인생 사용 설명서'라는 주제로 강의하며 행복과 불행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자 주부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등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서울대에서 인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분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외국에 유학 가서 학위를 따지 못했고,상경계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도 되지 못했고,고시도 통과하지 못해서 그렇대요. 탤런트,배우,모델들도 몸매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린답니다. 불만족은 끝이 없어요. 자신의 열등감에 굴복하지 말고 삶의 향기를 문학으로 표현해 보세요. "

김씨는 6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후 혼자 자녀를 결혼시킨 일화 등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들이 어떻게 글쓰기에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했다. 또 "죽어서 천당과 지옥의 행로를 결정짓는 두 개의 질문이 있다면 '살아 있는 동안 기뻤는가'와 '남들을 기쁘게 했는가'일 것"이라며 "문학을 매개로 한 사람 사이의 소통과 이해가 기쁨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벽돌과 원목으로 꾸며진 카페는 유모차를 끌고 온 30대 아기 엄마부터 60대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동서커피문학상 멘토링 클래스'는 '맥심''맥스웰하우스''프리마' 등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를 갖고 있는 동서식품이 지난달 17일부터 매주 화요일 모두 5차례에 걸쳐 진행한 행사.커피의 주 소비자인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신현림,채인선,이병률,이명랑씨 등 소설가 · 아동문학가 · 시인들이 강사로 나서 문학과 삶에 대해 들려줬다.

1973년 '주부 에세이'로 출발한 '동서커피문학상'은 1989년 지금의 명칭으로 바꿔 올해 10회째(격년 개최)를 맞았다. 매회 평균 1만7000여건의 응모작이 접수될 만큼 성장해 국내 최대 규모의 아마추어 여성 문학상으로 성장했다. 2004년부터는 대상과 부문별 금상 수상자들이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동서식품의 다양한 문화 지원활동 중 문학 프로그램은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안경호 동서식품 홍보실장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전 계층의 여성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문학"이라며 "여성 고객들과 함께 일상 이야기,인생의 향기를 공유하는 것은 단순히 커피를 많이 판매하려는 마케팅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는 다음 달 10일까지 시,소설,수필,아동문학(동화 · 동시) 등 4개 부문에서 작품을 공모한다. 동서식품 홈페이지(www.dongsuh.co.kr)와 우편(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2가 1의 128 신영빌딩 4층)을 통해 접수하면 된다.

김홍신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문인들이 세 차례에 걸쳐 심사하며 504명의 수상자에게 총 5800만원의 상금을 준다. 당선자는 11월2일 동서식품 홈페이지와 월간문학 12월호에 발표된다.

동서커피문학상에 응모하거나 멘토링 클래스 후기를 적어 보내면 '태백산맥'을 쓴 소설가 조정래씨와 함께 떠나는 남도문학 기행에도 초대받을 수 있다. 동서식품은 56명을 선발해 내달 28~29일 소설의 배경이 된 순천지역의 벌교역,중도방죽,횡갯다리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