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 열린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는 '찌르는 쪽'과 '막는 쪽'이 첨예하게 맞서며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이 중에서도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이 횡령했다는 이희건 신한금융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6600만원의 사용처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다. 신 사장은 "15억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적이 결코 없다"며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이 돈을 일부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신 사장은 증빙 자료도 제시했다. 라 회장과 이 행장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검찰 고소장에서 밝힌 대로 신 사장이 임의로 횡령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양측은 950억원의 부당 대출에 대해서도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가며 진실 공방을 펼쳤다.

◆불꽃 튀긴 자문료 횡령

라 회장 측은 신 사장의 횡령 사실을 조사한 경영감사부 직원들을 통해 조사 과정과 구체적인 횡령 내용을 설명했다. 지난 9일 일본 나고야 설명회 때처럼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준비했다. 은행 측은 신 사장이 2005~2009년 다섯 차례에 걸쳐 은행 창립자인 이희건 명예회장과 경영자문계약을 맺은 것처럼 꾸며 15억6600만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이 명예회장 명의의 계좌에 입금됐지만 실제로는 신 사장이 개인적으로 썼다는 것이다.

이에 신 사장 측은 15억여원의 자문료 사용 내역을 일일이 기록한 자료를 이사들에게 배포하며 라 회장 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신 사장 측은 "이 명예회장의 귀국 시 라 회장과 비서실장 등을 통해 회당 1000만~2000만원 정도를 제공해 5년간 모두 7억11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8억여원은 이 회장 동의 아래 은행 업무 관련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신 사장 측은 특히 "이 가운데 3억원은 당시 이백순 신한금융 부사장이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해 신 사장이 이를 빌려주고 나중에 이 명예회장 계좌에서 상환받은 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정원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은 "라 회장도 15억여원의 자문료 중 일부를 사용했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이와 관련,"신 사장이 회사를 위해 자문료를 썼다면 횡령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명예회장 개인 계좌라도 회사를 위해 개설했을 수 있다"며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당 대출에 대해서도 엇갈린 주장

950억원의 부당 대출에 대해서도 양측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라 회장 측은 최고경영진이 신 사장과 친인척 관계인 투모로그룹에 950억원을 부당 대출하는 과정에서 신 사장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여신 부서 해당 직원들의 증언을 기록한 자료를 통해 신 사장이 부실한 업체에 대출을 강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사장 측은 투모로그룹 경영진과 친인척 관계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여신관리위원회 등 공식 기구를 통해 논의된 적법한 대출이라고 해명했다. 신 사장 측은 이 행장이 인사권을 남용해 직원들을 회유 · 협박했다며 직원들이 위증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이 행장의 부당 대출 조사 지시에 '투모로 관련 대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여신관리본부장이 지난 7월21일 인사에서 교체된 후 부당 대출 조사가 본격화됐고,당시 투모로그룹에 대출한 지점장이 작년 연말 명예퇴직했다가 지난 9일 워크아웃 중인 투모로그룹의 자금관리인으로 취임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적법한 절차"와 "절차상 하자"

신 사장 측은 은행의 검찰 고소가 내부 감사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신 사장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하자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식적인 내부 감사 절차 없이 이 행장의 비선라인을 통해 조사가 진행됐고 검찰 고소 후 힘의 논리로 신 사장 해임을 강행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13일 이 행장에 대해 '은행장 해임청구소송'을 낸 것도 이 같은 절차상 하자 때문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라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외부 민원이 들어와 조사를 시작했고 사실이라고 확인했기 때문에 검찰 고소를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최고경영자(CEO)가 임직원의 배임 · 횡령 사실을 알게 된 때는 즉시 고소해야 하며 검찰 내사가 진행되고 있어 조직 보호 차원에서 먼저 검찰 고소를 택했다고 밝혔다. 검찰 고소와 내부 감사 절차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게 라 회장 측 주장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신한금융과 관련한 내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이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정재형/임도원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