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외산 스마트폰을 도입해 판매할 때 A/S도 같이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았다.

애플 아이폰 이후 외산 스마트폰 도입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국내 단말기 제조사와 외국 제조업체의 A/S 정책 간에 차이가 발생,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자 방통위가 칼을 빼든 것이다.

방통위는 14일 ‘이동전화 단말기 A/S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A/S 관련 정보 제공에 대한 이통사의 의무와 A/S 방법 및 비용 등으로 크게 요약된다.

이통사는 우선 휴대전화를 판매할 때 제조사가 규정한 A/S 관련 내용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려줘야 한다. 품질보증기간을 비롯해 유/무상 수리 처리기준, A/S 센터의 위치, 단말기 보증보험 및 펌웨어 업그레이드 시행계획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통사는 또 소비자가 단말기 A/S를 요청할 경우 지정된 A/S 센터, 지점·대리점 등 자사 유통망을 통해 접수를 받아야 한다. 접수가 곤란한 지역인 경우 신속하게 A/S 접수가 가능한 방법에 대한 안내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이통사가 단말기 제조사로부터 A/S를 위탁받은 경우에는 상담 및 수리 등의 A/S까지 제공해야 하는데 이 때 부품 교체, 수리 비용 등을 필요 이상으로 부당하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

또 유상 A/S의 경우 소비자가 보유한 포인트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차후 통신요금에 해당 비용을 합산해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통사는 또한 자사의 유통망에서 판매한 단말기의 품질보증 기간 만료일 1개월 전에 그 만료일자를 SMS 또는 전자우편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방통위의 가이드라인대로 A/S 정책이 실행된다면 이통사 대리점들이 지금까지 단말기 판매에만 급급해 왔던 관행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A/S 정보 제공에도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단말기가 고장 났을 경우 힘들게 제조사를 찾아가지 않고도 제품을 구입한 이통사 대리점을 통해 편하게 A/S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한 번에 많게는 수 십 만원에 달하는 수리 비용을 내야 하는 부담 또한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번 가이드라인이 국내 이동전화 시장의 A/S 환경을 바꾸기에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A/S 책임을 함께 져야 할 제조사는 쏙 빠진 채 이통사의 의무만을 고지한 것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외산 제조사 가운데 A/S와 관련해 가장 높은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있는 애플의 경우 여전히 자사 특유의 A/S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어 가이드라인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통사들 역시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A/S는 기본적으로 제조사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것이 외산 단말기 제조사들인데 이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통사의 경우 외산 제조사들로부터 A/S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 데 당장 품질보증기간 등을 새롭게 계산하는 문제 등에 있어서는 권한이 없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A/S 과정에서 제조사와 이통사 간 책임 떠넘기기 관행이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면서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AS개선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