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주식과 채권의 가격은 보통 반대로 움직인다.주식은 위험 자산으로,채권은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향후 경제 전망이 좋을 때 투자자들은 주식에 베팅한다.반면 경기가 불투명할 때는 채권으로 피신한다.그런데 최근 주식과 채권이 모두 강세를 보이는 흔치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일 1802.58로 마감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800선을 회복했다.국고채 3년물 금리 역시 연 3.40%로 연중 최저 수준(채권가격 강세)을 유지하고 있다.이는 향후 경기를 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그만큼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코스피지수가 과연 1800선에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단기적으로는 코스피지수가 아래 쪽보다는 위쪽으로 향해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그러나 조금 멀리 내다보면 낙관론과 신중론이 엇갈린다.

대우증권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아직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향유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코스피 지수가 1800선을 돌파할 수 있었던 주된 동력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인데,이로 인한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특히 “미국의 유동성이 자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이탈하고 있지만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몰리고 있다는 점도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실제로 지난 한 주 동안 한국 관련 4대 펀드군으로 총 16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3주만에 순유입 전환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중국 경제가 골디락스에 진입했다”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으로 주식시장의 강세를 점쳤다.지난 11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경제 지표를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대비 3.5%로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기상이변과 자연재해로 식료품 가격이 단기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경제 성장은 견고하지만 물가 압력은 없는 호황(골디락스)의 상태” 라며 “중국의 경제지표 개선에 힘입어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올 하반기 증시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해온 대신증권은 “1800선 돌파는 국내 증시의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이지만 본격적인 레벨업을 시도하기에는 상승 모멘텀이 강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미국과 중국,이른바 G2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해야 하지만 그럴만한 모멘텀이 부족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최근 일부 경제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시장의 낮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중국 역시 정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발표함으로써 금리인상 우려가 형성돼 증시의 상승 모멘텀을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피지수 1800선 안착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1차 시험대는 이번주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들이 될 전망이다.우선 14일에는 미국의 8월 소매판매와 유럽경제연구센터(ZEW)의 9월 경기지수 발표가 예정돼 있다.또 15일에는 미국의 8월 산업생산과 한국의 8월 실업률이 나온다.

이 중 가장 눈여겨 봐야할 지표는 미국의 8월 소매 판매다.미국 소비자들이 과연 지갑을 여느냐에 따라 글로벌 경기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아울러 16일 발표되는 미국의 9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와 17일 나오는 미국의 9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대우증권은 이날 일일 보고서를 통해 현대중공업을 대형주 포트폴리오에 새롭게 편입시키고,두산인프라코어를 제외했다.현대중공업은 태양광 풍력 등 신사업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대우증권은 또 중소형주 포트폴리오에 케이씨텍을,코스닥 포트폴리오에 성광벤드와 주성엔지니어링을 새롭게 담았다.케이씨텍은 내년부터 반도체 장비 및 소재 부문의 성장세가 가속화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성광벤드는 하반기부터 수주 모멘텀이 살아나고 있는 점을,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는 점을 투자 포인트로 제시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