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대치 국면을 이어왔던 남북관계에 긴장이 완화되는 조짐이 뚜렷하다. 지난 7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쌀 시멘트 굴착기 등의 수해물자 지원을 요청해왔던 북한이 10일엔 추석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정부와 한적 측은 이를 적극 수용할 태세이고, 이명박 대통령 또한 지난 주 러시아 방문 과정에서 "북한이 하기에 따라서는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 북한의 태도 변화를 조건으로 남북대화에 전향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수해물자 지원 요청과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나온 것은 어렵기 짝이 없는 경제 사정이 근본 원인임에 틀림없다. 우리 측의 지원 없이는 당면한 수해 극복은 물론 식량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방증해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또한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과 미국의 금융제재 탈피라는 시급한 현안을 안고 있는 북한으로선 대화 재개를 통해 고립무원의 처지를 탈피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현실적으로도 민간 차원에서나마 남북 대화가 재개될 기틀은 마련됐다. 한적 측이 인도적 차원에서 수해 복구 및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사실상 수용, 곧 북한 적십자 측과 만나 세부적인 사항을 협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화가 남북 당국간 대화의 물꼬를 터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실제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이 현 상황 타개를 원한다면 천안함 침몰사태에 대한 사과와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해 진정성을 입증해야 마땅하다. 이런 것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6자회담은 고사하고 남북대화의 진전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인도주의적 지원은 전향적으로 수용하되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지 않도록 대북 기조의 큰 원칙과 국제공조가 흐트러지지 않게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북한은 이 대통령이 "제2의 개성공단도 만들 수 있다"고 한 발언의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