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은 4월 말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1200원 근처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160원대로 하락했다. 한국의 경제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데다 외국인의 채권투자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한국경제신문과 LG경제연구원이 공동 연구한 결과 도출된 적정환율이 1070~1110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향후 환율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금이 언제 빠져나갈지 알 수 없는 데다 그간 경상수지 흑자의 근간이었던 낮은 국제유가도 세계경제 회복으로 급등할 수 있어 환율하락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는 게 이번 공동연구의 결론이다.

◆적정환율이란 무엇인가

본지와 LG경제연구원은 적정환율을 '경제가 균형상태에 있도록 하는 환율 수준'으로 정의했다. 이때 '균형'이란 대내균형과 대외균형 모두를 지칭한다. 대내균형은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 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태이며,대외균형은 경상수지가 균형 상태에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만 경상수지 균형은 경상수지가 제로(0)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구조적 자본유입 등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경상수지 규모도 균형 경상수지라고 봤다.

적정환율 추론은 구매력평가설로부터 출발한다. 같은 상품은 어디서나 가격이 동일하다는 '일물일가 원칙'에 따른 것이다. 구매력평가설은 통상 두 나라 사이의 환율을 대상으로 하는 데 다수의 상대국가를 비교대상으로 할 경우 실질실효환율을 통해 적정환율을 파악한다.

◆적정환율 수준은

본지와 LG경제연구원은 이에 기초해 실질실효환율 측정법으로 적정환율을 계산했다. 방법은 △과거 경상수지가 균형을 나타날 때와 비교 △경상수지 흑자가 GDP와 대비해 0~2% 수준일 때를 가정한 기조적 균형환율 접근법 △교역조건 생산성 금리차 등 펀더멘털 변수를 이용한 균형 실질실효환율 접근법 등 3가지를 활용했다.

우선 과거 균형상태일 때와 비교한 결과 적정 환율은 1070원90전이 나왔다. 한국이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이후 경상수지가 균형일 때는 1997년 1~4분기,2002년 1~4분기,2008년 2~3분기 등이다. 이 세 시기 동안 평균 실질실효환율을 계산한 결과가 1070원90전이다.

기조적 균형환율 접근법에서 찾은 적정환율은 GDP가 잠재 수준을 유지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0~2% 수준일 때의 환율이다. 2분기 중 경상수지 흑자는 102억8000만달러인데 연구 결과 25억8000만달러는 실제 GDP가 잠재 GDP를 밑돌아서 생긴 흑자다. 수입 부진으로 생긴 경상수지 흑자라는 얘기다.

나머지 77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제로(0)로 만드는 환율 수준은 수출입의 환율 탄력치를 이용해서 구했다. 원화가 1% 절상되면 수출은 0.29% 줄고,수입은 0.41%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제로가 되는 상태의 환율은 1066원70전이 나왔다. 다만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무역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1~2%의 경상수지 흑자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1094원20전(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1%)과 1123원20전(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2%)도 적정환율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대외순자산 포지션,생산성 격차,교역조건,금리차 등 펀더멘털 변수를 반영하는 균형 실질실효환율 접근법으로 파악한 적정환율은 1107원10전으로 나타났다.

◆정책적 시사점은

한국은 외환위기 때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급격한 원화 저평가(환율 상승)를 겪었다. 금융시장이 자율화돼 있어 외국인 투자자금이 갑작스레 빠져나가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을 방안이 없다보니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외환보유액을 유사시 필요한 최소한으로 생각되는 3000억달러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선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어느 정도 지속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환율 하락과 금리 상승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경제위축 효과가 커질 수 있다"며 "외국인 채권투자 확대로 환율 하락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금리와 환율 간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