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릭스그룹이 푸른2저축은행을 단독 인수함에 따라 국내 저축은행업계와 서민대출 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금리의 일본계 자금을 국내에 들여오면 국내 업체에 비해 강력한 금리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계는 이미 일본계 자본이 휩쓸고 있다.

푸른2저축은행 인수전에는 당초 하나대투증권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사모펀드(PEF)를 이끌었으나 지난 4월 하나대투증권이 인수 포기를 선언,오릭스그룹이 대신 들어왔다. PEF에 참여했던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장기화되면서 의사결정을 미루자 오릭스는 6월 단독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오릭스가 인수하는 푸른2저축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자산 6936억원,자기자본 796억원,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5.88%,고정 이하 여신 비율 5.68%로 경영실적이 양호하다. 부동산 PF 대출로 인한 부실도 적다. 점포는 서초와 선릉,잠실 등 서울 알짜 입지에 있다. 인수 가격 1190억원(각종 옵션 적용 시 1250억원)은 그리 비싼 수준은 아니라는 게 인수 · 합병(M&A)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오릭스가 국내 금융시장을 노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5년 장기신용은행 조흥은행 상업은행 등 국내 금융사와 함께 합작,한국개발리스㈜를 설립했으나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철수했다. 2004년엔 오릭스오토캐피털코리아를 설립,국내 자동차 리스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저축은행 인수를 계기로 오릭스가 보다 적극적인 영업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계 자금의 가장 큰 강점은 초저금리인 일본 금융시장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1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올린 러시앤캐시나 산와머니 등 일본계 대부업체 역시 이 같은 자금조달력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오릭스가 국내 저축은행 시장에 진출하면 업계에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최근 저축은행 매물이 홍수를 이룰 정도로 국내 저축은행업계 상황은 전반적으로 어렵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 부실 등으로 잇달아 계열 저축은행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며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국내 대형 저축은행들 입장에서 일본계 자금 진출은 상당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경쟁을 촉진하고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일본계 자금 진출을 반기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예보기금의 저축은행 계정이 -3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일본계 자금이라고 마다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저축은행업계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