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준 이사가 드라이버로 티샷을 힘차게 날리자 회원들이 일제히 '굿샷'을 외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이내 볼이 우측으로 밀리면서 해저드로 빨려 들어가자 '아~'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갤러리가 너무 많아서… 쩝." 구력 15년의 임 이사가 베테랑 골퍼답지 않게 궁색(?)한 변명을 하면서 티잉그라운드에서 내려오자 회원들이 일제히 웃었다.

지난 7월 전남 순천의 한 골프장에서 펼쳐진 BAT코리아 사천공장 골프동호회(ALBATROSS · 알바트로스)의 정기모임날 모습이다. 우리 동호회는 바쁜 시간 탓에 자주 모이기 힘들지만 분기에 한 번은 필드에서,나머지는 회사 인근의 스크린 골프장에서 모임을 갖는다. 인근 골프클럽 회원들과도 함께 치는 등 지역 주민들과 유대관계를 쌓고 있다. 2007년 15명으로 시작한 동호회 회원은 현재 20명이 넘는다.

동호회 총무 김지민 대리는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는 비용 때문에 망설였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다"며 "회사에서 동호회마다 회비를 일부 지원해 주고 있어 크게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리는 이어 "고급 스포츠를 즐긴다는 자부심과 쌓였던 스트레스를 골프볼에 실어 날려보낼 때 모든 시름이 다 날아간다"며 골프 예찬론을 펼쳤다.

신입회원에게 틈틈이 레슨을 해주고 있는 김태민 부장은 "서울 본사에서 근무할 때는 거의 필드에 나가지 못했는데 지방은 그린피가 저렴하고 골프에 열정을 갖고 있는 동호회원들이 많아 실력도 부쩍 늘었다"며 "90세까지 골프를 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구력의 힘을 보여준 임 이사가 85타로 우승했다. 특히 1년 구력의 강승호 대리가 88타로 깜짝 준우승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라운딩 후 근처 식당에 모인 회원들은 맥주와 사이다를 반씩 섞어 만든 일명 '맥사'로 건배를 외쳤다.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는 날개 길이가 가장 크다는 신천옹을 말하며 골프에선 더블이글을 지칭한다. 날개를 펼치면 3~4m에 이르는 새로 날갯짓을 하지 않고도 활공을 통해 장거리를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깨닫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아울러 "강한 드라이브로 목표를 적중시킨다"는 동호회 모토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업무에서도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골프는 기술과 심리적 요인에 좌우되는 운동이다. 집중력을 키울 수 있어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더구나 자기 자신의 정신수양뿐 아니라,부서 간,상사와 직원 간 친목 도모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알바트로스 동호회야말로 나이와 직급,부서 간의 벽을 허물고 소통을 촉진하는 진정한 커뮤니케이션 툴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홍민 동호회 고문/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