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대우증권이 나란히 선정되면서 두 증권사의 기업금융(IB) 연대 움직임이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IB업계 1위인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빅3'로 꼽히는 삼성과 대우가 비공식 협력을 강화하면서 IB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대증권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범현대가 계열 증권사들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 · 대우증권의 연대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지난해 인천공항공사 기업공개(IPO) 주관사 입찰 때부터다. 인천공항공사 IPO 건은 조(兆) 단위의 대표적인 민영화 딜이어서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인천공항공사 딜을 따내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였지만 최종 주관 계약은 삼성-대우 컨소시엄이 따냈다. 삼성증권은 우리투자증권의 컨소시엄 구성 요청을 거절하고 대우증권과 손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두 회사는 함께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6월 코스닥 터치스크린 부품업체 이엘케이의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공동 참여한 것.대우가 69억원,삼성이 48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자기자본투자(PI)에 극히 보수적인 삼성증권이 코스닥 기업에 투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울러 두 회사는 일본 2차전지 부품업체의 국내 IPO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연대는 지난해 6월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이 취임하면서 가능해졌다는 관측이다. 임 사장은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과 제물포고 동기동창으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게다가 임 사장은 과거 삼성증권 IB사업본부장을 지내 삼성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또 대우증권의 인수 · 합병(M&A) 부문을 맡고 있는 최범진 상무는 삼성증권 M&A팀장을 지냈고,캐피탈마켓을 총괄하는 김현영 상무는 삼성증권 국제금융팀장 출신이다. 삼성증권의 손승균 기업금융2사업부장은 대우증권에서 주식인수부장을 지냈다.

IB업계는 '빅3' 가운데 삼성과 대우의 협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IB본부장은 "두 회사의 협력관계가 아직 미미하지만 더 강화된다면 IB업계에 영향력이 커질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매각 주관사에는 각기 입찰에 나서 거둔 성과지만 이 또한 보이지 않는 협력이 힘을 발휘한 것으로 업계에선 해석하고 있다.

범현대가 계열 증권사들의 '동맹'도 관심을 끈다. 범현대가 계열사들의 상장이 잇따르면서 최근 1년 사이 3건의 IPO를 공동 주관했다. 지난해 12월 현대푸드시스템을 공동으로 상장시킨 데 이어 올 들어 현대홈쇼핑과 HCN의 IPO 주관 계약을 함께 따냈다. 범현대가 증권사들이 회사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특유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전략적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딜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파트너를 찾기 때문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것이 일반적인 IB업계 특성이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연대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