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미 경제가 소프트패치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소프트패치는 경기가 상승 국면에서 본격적인 후퇴는 아니지만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2002년 11월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서 미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다소 불안하고 취약하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니며 곧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했다.

FRB는 8일(현지 시간)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12개 지역 연은들을 “미국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이전 시기에 비해 광범위하게 둔화되는 조짐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경제 동향을 담고 있는 이번 경기 평가는 이전에 비해 낮아진 것이다.7월 말 공개된 베이지북에서는 12개 지역 경제가 대부분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속도는 완만하며 일부 지역은 최근 성장세가 멈추거나 둔화됐다고 밝혔다.

FRB는 미약한 경기 회복 요인으로 주택 시장 침체 영향을 꼽았다.4월 말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끝나면서 주택 시장이 다시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상업용 부동산도 일부 지역에서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가 미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경제 회복의 관건인 소비는 전반적으로 약간 늘었지만 아틀란타 지역에서는 판매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그나마 제조업 활동이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대부분 지역에서 생산 활동이 늘어났고 제조업 분야 전반에 걸쳐 판매가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하지만 대출 수요는 여전히 위축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베이지북의 경기 평가는 9월 21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 결정에 참고 자료로 활용되게 된다.미 통화당국은 지난 달 10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FRB가 보유한 자산 규모를 줄이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또 벤 버냉키 의장은 지난 달 27일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 회복에 필요하다면 미 국채 등 자산을 추가로 매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가 2011년께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가계가 경기 침체 후유증에서 벗어나 소비를 늘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미국 경기 회복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후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