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퇴직연금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퇴직금 중간정산과 함께 퇴직연금 도입에 시동을 걸었다. 퇴직급여 충당금만 올 최대인 1조5000억원에 달해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권역별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특히 증권업계는 현대중공업 계열인 하이투자증권 이외의 증권사들이 얼마나 사업자에 포함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계열 6개사는 내년 초 퇴직연금 도입 계획을 확정짓고 이달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중간정산 희망자 모집을 시작했다. 퇴직연금 도입 회사는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호텔현대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등 6개사다.

퇴직급여 충당금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6월 말 현재 1조2506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삼호중공업(1807억원) 현대미포조선(1172억원) 등 총 1조5621억원에 달한다. 당초 현대중공업그룹과 함께 올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빅3'로 꼽혔던 포스코와 현대차그룹은 도입 시기를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측이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늦어도 내달 중 사업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A증권 관계자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와 제안서 접수 및 심사,직원 동의서 작성 등 일정을 감안하면 10월께 제안서 접수 등 입찰이 진행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하이투자증권이다. 이 증권사는 퇴직연금팀을 사업본부로 키우고 연초 8명이던 인력을 27명으로 대폭 늘렸다. 관계자는 "조직 확장을 일차적으로 마무리했고 상품 구성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퇴직연금 운용을 시작한 후발 주자이지만 모기업인 현대중공업 자금을 유치할 경우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한국투자 신한투자 우리투자 등 대형 증권사들도 전담팀을 꾸려 퇴직연금 유치에 나섰다. B증권 관계자는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한두 군데에 몰아주기보다는 직원들의 선택폭을 넓혀주기 위해 다수의 사업자를 참여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퇴직연금을 도입한 KCC OCI 등 일부 기업들은 참여 사업자를 10개 이상으로 크게 늘렸다.

상반기 극성을 부렸던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고금리 경쟁은 주춤한 상태다. C증권 관계자는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 퇴직연금 리스크관리 방안을 발표한 이후 진정된 분위기"라며 "정기예금 금리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연 5% 안팎의 금리를 제안하려는 증권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본사가 있는 울산지역 증권사들은 중간정산 자금을 유치하려는 경쟁도 뜨겁다. D증권 관계자는 "퇴직급여 충당금의 20% 이상이 중간정산으로 일시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인퇴직계좌(IRA) 등을 중심으로 고객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7월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은 19조318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조2726억원 증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