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지역별 매출 비슷
특정 지역 리스크 없어
반도체 '제국' 건설‥
내년까지 반도체 20조 투자
시황 관계없이 시장 지배
실행의 삼성‥
1999년 "2005년 글로벌 3위"
2005년 "2010년 매출 100조"
'GM · 도요타에 이어 매출 2000억달러에 도전한다. '삼성전자가 매출 2000억달러 돌파라는 새로운 이정표에 다가서고 있다. 세계 제조업체 중 매출 2000억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GM 도요타 등 자동차회사 두 곳뿐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2008년 1800억달러를 넘어선 후 매출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2020년 매출 4000억달러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삼성전자가 매년 12% 성장을 하면 2000억달러라는 목표는 2014년이면 실현된다. 최 사장은 지난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0에서 "TV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시대를 선도해 나가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경영 가속화 △세계 1위 제품의 압도적 경쟁력 확보 △태양전지 바이오 등 신사업 조기 가시화 등의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글로벌 경영 가속화
2004년 9월 폴란드 서북부의 브롱키(Wronki).인구 1만1000명도 안되는 소도시를 찾은 당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최지성 사장은 현지 기업인 아미카의 가전공장을 둘러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 공장의 외관과 시설 모두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가전사업을 세계 1위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이 공장을 활용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귀국길에 올랐다.
작년 여름 삼성전자는 유럽 시장을 향한 생산거점을 마련키로 방침을 정했다. 최 사장은 몇 년 전부터 마음에 담아뒀던 아미카 공장을 1순위 후보로 제안했다. 작년 말 브롱키를 다시 찾아 이곳을 삼성전자의 32번째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낙점했다. 이 공장을 발판 삼아 2013년까지 유럽시장에서 냉장고,세탁기 점유율을 10%대로 높여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장이 있는 곳에 공장이 있어야 한다'는 경영방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어떻게 글로벌 경영을 해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경쟁업체들이 특정 시장에 집중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세계 각국에 거점을 확보하고,현지 실정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팔아왔다. 그렇다고 중요 시장에서 승부를 피한 것도 아니다. 글로벌 전자업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삼성은 2004년부터 미국 TV시장에서 소니 등과 전면전을 펼쳐 1위 자리에 올랐다.
작년 삼성전자의 지역별 매출은 미국 등 미주지역 33조원,유럽 36조원,아시아 20조원,중국 23조원 등이다. 매출이 한 지역에 집중돼 있지 않아 특정 지역 리스크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성공요인의 하나로 평가받는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 지역,전 품목 1위'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에서는 넘볼 수 없는 성을 쌓는다
"불확실할 때 투자를 늘려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 복귀 후 첫번째 투자결정을 내리면서 한 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와 내년 반도체에만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이 정도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D램 산업의 경쟁구도를 통째로 바꿔놓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구상이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황에 상관없이 돈을 버는 사업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공정 개선을 통해 경쟁기업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 월등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초슬림 패널,3D 패널 등으로 세계시장을 주도해 온 LCD부문도 향후 11세대 투자 등을 통해 세계 1위 자리를 굳힌다는 방침이다.
부품 부문의 확고한 경쟁력은 삼성전자만이 갖고 있는 강점이다. 세계 전자업체 중 반도체 LCD 등 부품과 TV 휴대폰 가전제품 등 세트를 모두 갖고 있는 회사는 삼성이 유일하다. 최 사장은 이런 구조에 대해 "컨버전스 시대에 누구도 갖추지 못한 경쟁력"이라고 자평했다.
◆신사업은 조기 가시화
삼성전자는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은 반도체와 LCD 기술을 직접 활용할 수 있어 가장 먼저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개발면에서는 이미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태양광 분야를 대규모 사업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신중한 검토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와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 바이오 헬스케어 연구인력만 500명이 넘고,2000년대 초반부터 전자산업을 바이오산업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해왔기 때문에 축적된 성과도 만만치 않다. 바이오 시밀러 분야에서는 정부의 국책과제를 수행할 주관업체로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1999년 "2005년까지 매출을 70조원으로 끌어올려 반도체,정보통신,TV 등 주요 부문에서 세계 3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2005년 '애널리스트 데이'에서는 "201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올려 세계 3위 IT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이런 비전을 달성하며 '실행의 삼성'임을 보여줬다. IT기업 최초로 매출 2000억달러 달성,2020년 매출 4000억달러 돌파라는 새로운 목표를 자신감 있게 추진하는 근거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