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순도 테레프탈산(PTA),모노 에틸렌글리콜(MEG),카프로락탐 등 화학섬유의 원료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가을 · 겨울 의류 성수기를 맞은 데다 최근 면화 가격이 치솟으면서 대체재로서의 새로운 화학섬유 수요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원자재 정보업체인 코리아PDS에 따르면 폴리에스터의 원료인 PTA와 MEG 가격(한국 CFR 기준)은 지난 3일 각각 t당 901달러와 809달러를 기록,7주 연속 상승했다. 한 주 전보다는 각각 0.67%,2.15% 올랐고 한 달 전에 비해서는 각각 4.77%,10.07% 치솟았다. PTA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도 한 주 전보다 2.57%,한 달 사이에 10.28% 급등했다.

원유 값 약보합에 힘입어 나프타 등 기초유분뿐 아니라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스티렌모노머(SM) 등 대부분의 석유화학 제품 가격의 상승세가 지난달 중순부터 한풀 꺾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면화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대체재인 화학섬유 생산이 증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대표적인 화학섬유인 폴리에스터는 가을 · 겨울 옷 성수기까지 겹쳐 11월까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면화 12월물은 지난 3일 뉴욕상품거래소 국제거래소(NYBOT ICE)에서 파운드당 89.25센트로,1995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초만 해도 파운드당 50센트대였지만,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뜀박질했다. 파키스탄 등 주산지가 홍수 피해를 입은 데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재고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중국 내 수요가 더해지고 있다. PTA는 폴리에스터 섬유 및 페트병 생산에 주로 쓰이는데,현재 전 세계 PTA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소비된다.

PTA를 생산하는 삼성석유화학 관계자는 "중국 화섬업체들이 하반기에만 245만t 규모의 폴리에스터 설비를 증설할 계획인 반면 원료를 공급할 대형 PTA 업체 일부가 지난달부터 정기보수를 계속하고 있는 것도 상승세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도 t당 2625달러로 한 주 전보다 1.74%,한 달 사이에 5.42% 올랐다. 지난 4월 말 사상 최고치(2765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원료인 벤젠 가격은 연초보다 20%가량 떨어졌지만,카프로락탐은 12% 상승했다.

이는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일본 미쓰비시화학이 연산 6만5000t 규모의 노후 설비를 없애는 등 지난해부터 연산 20만2000t의 설비가 폐쇄됐다.

반면 중국의 자동차 생산 확대로 인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나일론은 자동차용 카펫,타이어코드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박건태 유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나일론은 일종의 사양산업인 데다 시장 규모도 작기 때문에 최근 별다른 카프로락탐 투자가 없었다"며 "카프로락탐 가격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