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위장전입 사실도…학교측은 `함구령'
간부교사 "아이는 최상위권…교사들에 의한 모함"

서울시내 모 명문여고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학교 간부 자녀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울시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학교 측은 교사들이 의혹을 제기하자 `함구령'을 내렸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학교와 해당 간부교사는 일부 교사들의 음해에 불과하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월 실시된 서울시내 모 여고 수학경시대회에서 이 학교 교무차장의 딸 A양(고3)의 성적이 부풀려져 수상자가 뒤바뀌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시교육청과 해당 학교 학부모들에 따르면 100% 서술형으로 치러진 이 경시대회의 입상 대상 순위는 1∼9등까지로 A양은 문과반 시험에서 공동 9등으로 입상했다.

하지만 이과반 채점교사들은 답안지를 재검토한 끝에 의문점을 제기했다.

시험지 첫 페이지 두 문항에서는 풀이과정이 틀려도 답안만 비슷하면 점수를 준 반면, 나머지 2∼3페이지에서는 답이 맞아도 풀이과정이 틀리면 점수를 주지 않는 등 같은 시험에서 채점기준이 달리 적용됐다는 것이다.

교사들 지적에 따라 학교가 새 채점기준을 마련해 재채점을 한 결과 애초 입상권이 아닌 학생 2명이 9위 이내로 등수가 올라 수상자 명단에 추가됐고 A양은 12등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학교 측은 A양 등 기존 수상자의 수상실적을 그대로 인정했고, 채점교사들을 불러 A양의 시험지를 재채점한 교사에게는 구두경고를, 의혹을 제기한 교사들에게는 함구령을 내렸다.

학부모들은 A양이 3학년이 된 이후 교내대회에서 잇따라 상을 받은 점을 들어 '특별관리'를 받았고 1년 전 위장전입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A양이 입상한 대회를 대부분 간부교사와 친분이 있는 교사들이 주관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학교 측과 해당 간부교사는 특혜의혹이 제기된 배경에 대해 "이 학교 출신이 아닌 교사들의 모함에 불과하다"며 관련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이 간부교사는 이 학교 출신이다.

그는 "성적이 최상위권인 딸 아이는 3년 내내 전액 장학금을 받아왔다.

수학성적 역시 1~2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오히려 교사 딸이라는 점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재채점 결과에서도 딸 아이의 등수만 조정됐지 원점수는 차이가 없었다.

문과생인 딸에게 수학경시대회 입상 같은 것은 별 의미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간부교사는 작년 1월 딸을 이 학교로 위장전입시켰다가 뒤늦게 적발돼 주의조치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과거에 알려졌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학교측은 "수학 서술형은 채점기준이 달라지면 점수가 조금씩 차이가 나기 마련 아니냐"며 의혹을 부인하고 `함구령'에 대해서도 "교내에서 해결하자는 취지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시교육청은 이처럼 엇갈리는 의혹에 대해 "기본적 사실관계는 확인했다"며 정식 감사를 청구해 성적조작 사실이나 간부교사를 음해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를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황철환 기자 jslee@yna.co.kr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