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의혹으로 사퇴한 마크 허드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 · 사진)에 대해 HP의 경쟁업체인 오라클이 영입을 추진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허드와 오라클 이사진이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허드가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의 자리를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CEO급의 직책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허드는 지난달 HP 협력업체 여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회사 자체 조사를 받았고,논란이 확대되자 사퇴했다. 당시 엘리슨 CEO는 "애플 이사회가 스티브 잡스를 해고한 이래 가장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HP 이사회를 비난했다. 그러나 엘리슨과 허드의 개인적 친분 외에 오라클은 허드의 영입을 통해 하드웨어 부문으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과 PC 제조업체인 HP는 원래 사업파트너 관계였다. 그러나 지난 1월 오라클이 컴퓨터 서버 제조업체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부문에서 HP와 경쟁하게 됐다.

2006년 HP CEO로 취임한 허드는 재직 당시 서버사업을 안정적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는 "HP에서 비용 절감에 수완을 발휘했던 허드가 오라클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사업 체계를 다시 짜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며 "HP는 물론 IBM,EMC 등 다른 스토리지 사업 강자들과의 싸움에서도 오라클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렌든 바니클 퍼시픽크레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허드의 영입으로 오라클이 하드웨어사업 부문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