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지시장 주도권을 둘러싸고 업계 '빅2'인 한솔제지무림페이퍼 간 경쟁이 치열하다. 제지시장이 공급과잉 양상을 띠는 가운데 두 회사가 작년부터 생산능력 확충과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특히 두 회사는 '시장 주도권 확보'라는 똑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완전히 상반된 전략 · 전술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생산능력 확충…M&A vs 증설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는 생산능력 확충을 놓고서 작년에 한 차례 맞붙었다. 먼저 한솔제지는 기업 인수 · 합병(M&A) 방식을 택했다. 생산규모(인쇄용지,특수용지)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한솔제지는 작년 초 업계 4위의 생산규모를 갖춘 이엔페이퍼(현 아트원제지)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한솔제지는 연산 75만t이던 생산규모를 130만t으로 늘렸다. 연산 60만t의 무림페이퍼와 연산 8만t의 무림SP(특수용지 제조)의 생산규모를 합한 것보다 두 배나 많은 수준이다.

그러자 무림페이퍼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 회사는 작년 11월 관계사인 무림P&P를 통해 울산에 연산 50만t 상당의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을 짓는 전략으로 맞불을 놨다. 내년 상반기에 이 공장이 완공되면 무림페이퍼와 무림P&P의 합계 생산량은 약 120만t으로 한솔제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제지업계의 공급과잉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큰 회사들이 중소 제지회사를 M&A해야지 추가 증설하는 것은 출혈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무림페이퍼 측은 내수시장이 아닌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원가경쟁력을 갖추는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직계열화…원가 vs 유통마진

수직계열화 전략도 상반된다. 무림페이퍼는 하방(下方) 수직계열화 전략을 펴고 있다. 2008년 4월 국내 유일의 펄프회사인 동해펄프(현 무림P&P)를 인수,제지 재료인 펄프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데 이어 이르면 내년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 조림사업에도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목재→펄프→제지'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무림페이퍼 관계자는 "원재료인 목재와 펄프를 확보해 제조원가를 낮춰야 공급과잉인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솔제지는 제지 생산에 이어 유통 쪽을 강화하는 상방(上方) 수직계열화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2007년 8월 종이 유통업체인 서울지류유통을 인수해 제지유통업에 진출한 데 이어 작년 말에는 또 다른 종이 유통업체인 일진페이퍼도 사들였다. 제지회사-유통도매상-소매상-실수요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줄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지시장은 현재 수요량 대비 공급량이 40%를 초과하는 극심한 공급과잉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무림P&P의 울산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는 시점을 계기로 두 회사 간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