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쉽게 걷히지 않으면서 미국 사회 곳곳에서 우울한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하지만 실업자들을 다시 받아줄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4일 퇴임하는 크리스티나 로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도 1일 고별연설에서 "재정적자 악화를 이유로 실업자들이 고통을 겪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며 고용시장 회복을 위한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 한파,저임금 단순노무직만 넘쳐

현재 미국 고용시장의 최대 고민거리는 구직자들은 넘쳐나는데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들은 '쥐꼬리 월급'의 단순 서비스직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금융위기 이후 실직자 중 상당수가 어렵게 새 일자리를 얻었지만 이전의 수입을 되찾기 힘들어지면서 근로자들이 절망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올해 47세인 도나 잉스는 지난 2월부터 가정 건강도우미로 일하면서 시간당 10달러를 받는다. 그러나 1년 전 그가 고급 턱시도 도매점에서 일하면서 받았던 급여는 시간당 16달러 이상이었다. 잉스는 "1주일에 50시간 넘게 일해도 양복점에서 그보다 훨씬 적은 시간 동안 근무했을 때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며 "대학생인 딸 학비도 지원해줘야 하는데 월급이 적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오토 매사추세츠공대(MIT) 노동경제학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일반사무직이나 조립라인 노동자 등 이른바 '중간계층' 근로자의 일자리가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고용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불황이 끝난다 해도 미국의 이 같은 고용구조 변화는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상위시대? 현실 모르는 소리"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퇴조와 지식산업 성장으로 여성 근로자들의 파워가 강해졌다'는 일부 연구 결과들도 아직까진 대도시의 젊은 미혼 엘리트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타임이 이날 발표한 미국 150개 대도시의 남녀 정규직 임금 보고서에 따르면 147개 도시에서 여성 근로자의 평균 월급이 남성보다 약 8%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애틀랜타와 멤피스에서는 여성 급여가 남성보다 약 20% 많았다.

그러나 타임은 "이번 조사 결과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대도시에 사는 30대 미만의 고소득 전문직 미혼 여성들에게 주로 해당하는 것"이라며 "자녀를 키우며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이나 고졸 이하 여성들의 임금 차는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4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여성들이 받는 임금은 남성보다 평균 19% 적었다.


◆미 IT업계는 구인난

하지만 이처럼 구직자와 직장인들의 한숨이 늘어가는 사이 일부 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 정보기술(IT) 회사들이 대표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대학들이 배출하는 IT 기술자들이 기업 수요를 채우기엔 너무 적어 미 IT업계의 해외 인력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1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는 학생 중 70%가 외국인이다. 인도 대학을 졸업하는 IT 기술자들은 연 60만명에 이르지만 미국은 8만4000여명에 불과하다.

IT 인력 아웃소싱업체 CTS의 프란시스코 디 사우자 회장은 "미국의 실업률이 높다지만 IT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는 매우 적은 수준"이라며 "지난달 초 미국에서 국경보안법이 통과되면서 외국인 근로자 이민규제가 강화돼 기술인력 관리의 어려움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