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 진짜 바뀌나] 정부·사측, 법과 원칙 지켰더니…머리띠 풀고 온건노조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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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쟁 외면 실리주의 확산
불법 용인·타협 구태 사라져…공기업 단협조항도 대폭 손질
불법 용인·타협 구태 사라져…공기업 단협조항도 대폭 손질
지난해 12월3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 1층 기자회견장.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은 파업에 돌입한 지 8일 만에 파업 철회를 선언했다. 정부가 철도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원칙 대응에 나서자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이다. 회사 측은 불법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 1만1000여명 전원을 징계했다. 그 이후 노조의 태도가 급격히 수그러졌다. 지난 5월 노조의 파업이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 상황에서도 대량 징계를 경험한 조합원들은 파업을 꺼렸다. 회사 측이 일관되게 원칙을 지킨 결과다.
정부와 회사가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투쟁 일변도의 노동계가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정부와 회사 측이 불법을 용인하거나,노조와 타협하는 구태가 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출범 당시 노동 분야 3대 국정과제로 '노사관계 선진화','활력 있는 노동시장','국민을 섬기는 따뜻한 노동행정'을 제시했다. 노사갈등을 겪는 사업장이 노사 자율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법과 원칙대로 대응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과 원칙은 노조원들의 부풀려진 기대심리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불필요한 파업을 막는 데 특효약"이라고 분석했다. 기아차 노조가 20년 만에 처음 무파업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한 것도 회사 측의 원칙 대응이 주효했다는 진단이다. 예년에는 노조 집행부가 합의하면 강성 대의원들이 불만의 뜻으로 공장라인을 세우기 일쑤였는데 최근엔 회사 측이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즉시 고소고발로 대응하면서 이러한 행위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노동현장이 바뀌면서 강경노선을 고수해온 민주노총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20곳에 달했다. 올해도 건국대병원 노조,농산물품질관리원 노조 등 4~5개 노조가 탈퇴를 선언했다.
정부는 공기업에 대해서도 원칙 대응했다. 선진화 방안을 통해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조항이 담긴 단체협약을 과감히 손질했다. 단협 개정을 둘러싸고 4개월 넘게 갈등을 겪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는 지난 4월 노조의 경영권 개입 조항을 손질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경고 조치를 받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노동연구원 노사도 최근 인사경영권 침해 조항 등을 대폭 손질했다. 노조 간부 징계시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하던 조항도 폐지했다.
정부는 이 밖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등 노동관계법을 준수하지 않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제출한 노조 설립 신고를 두 차례나 반려하기도 했다.
13년간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던 노조법을 개정한 것도 노동현장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노 · 사 · 정의 오랜 진통 끝에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을 금지하고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했다. 또한 지난 7월부터 현장 지도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 규정보다 임금을 초과 지급한 13개 사업장을 적발했다. 이들 중 2개 사업장은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며 나머지 11개 사업장도 시정명령에 불응하면 법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관계에는 법과 원칙을 뜻하는 LP(law&principle)와 노사 자율을 의미하는 CD(conversation&dialog)가 존재하는데 스스로를 규제할 능력이 없는 노조가 CD를 고집하면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며 "유럽과 달리 노조문화가 미성숙한 우리나라는 LP를 근간으로 왜곡된 질서를 바로잡은 후 그 위에 CD를 함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정부와 회사가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투쟁 일변도의 노동계가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정부와 회사 측이 불법을 용인하거나,노조와 타협하는 구태가 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출범 당시 노동 분야 3대 국정과제로 '노사관계 선진화','활력 있는 노동시장','국민을 섬기는 따뜻한 노동행정'을 제시했다. 노사갈등을 겪는 사업장이 노사 자율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법과 원칙대로 대응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과 원칙은 노조원들의 부풀려진 기대심리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불필요한 파업을 막는 데 특효약"이라고 분석했다. 기아차 노조가 20년 만에 처음 무파업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한 것도 회사 측의 원칙 대응이 주효했다는 진단이다. 예년에는 노조 집행부가 합의하면 강성 대의원들이 불만의 뜻으로 공장라인을 세우기 일쑤였는데 최근엔 회사 측이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즉시 고소고발로 대응하면서 이러한 행위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노동현장이 바뀌면서 강경노선을 고수해온 민주노총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20곳에 달했다. 올해도 건국대병원 노조,농산물품질관리원 노조 등 4~5개 노조가 탈퇴를 선언했다.
정부는 공기업에 대해서도 원칙 대응했다. 선진화 방안을 통해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조항이 담긴 단체협약을 과감히 손질했다. 단협 개정을 둘러싸고 4개월 넘게 갈등을 겪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는 지난 4월 노조의 경영권 개입 조항을 손질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경고 조치를 받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노동연구원 노사도 최근 인사경영권 침해 조항 등을 대폭 손질했다. 노조 간부 징계시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하던 조항도 폐지했다.
정부는 이 밖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등 노동관계법을 준수하지 않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제출한 노조 설립 신고를 두 차례나 반려하기도 했다.
13년간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던 노조법을 개정한 것도 노동현장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노 · 사 · 정의 오랜 진통 끝에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을 금지하고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했다. 또한 지난 7월부터 현장 지도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 규정보다 임금을 초과 지급한 13개 사업장을 적발했다. 이들 중 2개 사업장은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며 나머지 11개 사업장도 시정명령에 불응하면 법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관계에는 법과 원칙을 뜻하는 LP(law&principle)와 노사 자율을 의미하는 CD(conversation&dialog)가 존재하는데 스스로를 규제할 능력이 없는 노조가 CD를 고집하면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며 "유럽과 달리 노조문화가 미성숙한 우리나라는 LP를 근간으로 왜곡된 질서를 바로잡은 후 그 위에 CD를 함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