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핫이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방침이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이 같은 조치를 내놓았지만 이 역시 부동산시장의 불씨를 살려보려는 건설사와 정부의 합작품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허다한 재테크의 기술조차 통하지 않는 터라 재테크 책들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솔직히 말하자면 《부자들의 음모》도 읽기 전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재테크 책만 10여권을 낸 저자인지라 참신한 내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전작인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성공 투자 사례에 대한 의혹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의 생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고,내용 또한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필자가 말해온 '금융회사의 음모'와 기요사키가 말하는 '부자들의 음모'가 일맥상통함도 깨닫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부자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버는 한도 안에서 아껴서 살라"고 말한다. 그런데 '불변의 재테크 진리'로 통하는 이 말은 사실 부자들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더 많이 채우기 위한 속임수다.

부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돈의 규칙'을 바꿨고 자기들끼리만 그 규칙을 공유해왔다. 그런데도 보통 사람들은 부자들의 말만 믿고 '더 열심히,더 부지런히' 저축하며 살아왔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던 재테크 금과옥조가 사실은 보통 사람들이 부자되는 비법이 아니라 부자되는 것을 막는 방해물이라며 콕 찍어 얘기한다. 한 예로 부자들은 "좋은 학교를 나와서 든든한 직장을 잡으라"고 말한다. 이 말은 곧 열심히 돈 벌어서 세금을 많이 내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세금은 긴급구제금융이라는 명목하에 AIG,골드만삭스,메릴린치,씨티그룹 등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들의 주머니에 고스란히 들어가 그들을 구제해주고 있다.

필자 역시 평소 은행도 보험회사도 펀드회사도 함부로 믿지 말라고 강조해왔다. 그들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당신에게서 뜯어낼 것인가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자도 독자에게 그걸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또 하나,지금 이 시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좋은 빚'과 '나쁜 빚'에 관한 것인데,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간단하다. 나쁜 빚은 우리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가지만 좋은 빚은 우리 주머니에 돈을 넣어준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는 나쁜 빚이고,부채를 갚을 수 있는 능력 한도 내에서 돈을 빌려 임대 건물을 구입하는 것은 좋은 빚이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또다시 불어오는 경제혼란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지금부터라도 대비하라고 말한다. 세계 경제에 대해 어떤 이는 인플레이션을,어떤 이는 디플레이션을 예고한다. 어느 쪽이 되었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자기만의 돈을 찍어내는 방식을 만들라는 것이다.

DTI 규제 완화로 벌써부터 '일부 지역 급매물 소진'이니 '집 장만의 호기'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 책을 먼저 정독한 다음 신중하게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심영철 < 웰시안닷컴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