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일본의 집권 여당인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간 나오토 총리(현재 당 대표)와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격돌한다. 사실상 총리직을 놓고 겨루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총리 교체를 넘어 여당 분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일본 정국이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은 31일 오후 단독회담을 갖고 당 대표 선거에서 정면 대결을 피하기 위해 협력체제 구축 등을 논의했지만 결렬됐다.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은 회담 직후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을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은 앞으로 2주일간 정치생명을 건 대표 선거전에 돌입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게 돼 있다. 때문에 오자와 전 간사장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총리가 교체된다. 민주당 대표 선거는 소속 국회의원 412명(중의원 306명,참의원 106명)과 지방의회 의원 2382명, 당원과 서포터 등 34만2493명이 참여하는 경선 방식으로 치러진다.

당내 최대 계파(약 150명)의 수장인 오자와 전 간사장은 의원 판세에선 앞서지만 국민적 지지도가 낮다는 게 약점이다.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휘말려 있어 국민지지도가 10%대에 불과하다. 반면 간 총리는 당내 지지기반은 약하지만 70%대의 여론 지지를 받고 있다.

당초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은 엔고와 디플레이션(경기침체에 따른 물가하락) 등 경제불안이 가중되는 와중에 여당이 내부갈등까지 일으켜선 안된다는 비판이 거세 타협을 모색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중재를 맡아 지난 30일엔 이른바 '트로이카(간 총리-오자와 전 간사장-하토야마 전 총리) 협력 복원'이란 원칙에 합의가 이뤄졌다. 때문에 한때 오자와 전 간사장이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정부와 당내 인사에 대한 오자와 전 간사장 측의 구체적 요구를 간 총리가 거부하면서 막판 대타협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자와 전 간사장과 선거에서 정정당당히 싸운 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자와 전 간사장이 패배하면 계파의원을 이끌고 탈당해 민주당이 분열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승리해 총리가 되더라도 여론지지도가 낮아 정권 운영이 힘들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어떤 경우든 일본 정국의 혼란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