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효과가 증시 반등을 이끌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에 힘입어 더블딥(짧은 경기 상승 후 재침체) 우려가 완화되며 증시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일 코스피 지수는 7거래일 만에 반등, 장중 1750선을 회복했다. 오전 11시2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49% 오른 1755.28을 기록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거래일 기준 하루 만에 내림세로 돌아서 1180원대로 내려왔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27일(현지시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연례 컨퍼런스 기조 연설을 통해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면 경기 진작을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화되고 있지만 더블딥으로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위축돼 있던 투자심리를 달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최근 증시를 누르고 있던 더블딥 우려를 완화, 투자심리 개선과 함께 증시가 오름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의 긴축 또는 방관에 따른 더블딥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금융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미국 매크로(거시경제) 위험이 다음달 초중반을 정점으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의 정책효과 소멸에 따른 후유증이 8월 고용지표를 마지막으로 퇴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또한 순환적인 경기 하강이 더블딥과 같은 극단적인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이 경우 경기 하강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완만한 경기 하강이 증시에 큰 부담이 아니라면, 매크로 둔화보다는 밸류에이션 매력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장기적으로 주가는 경제 성장률에 수렴하지만, 단기적으로 주가와 경제 성장률은 거의 관계가 없다"며 "완만한 성장 둔화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에 매크로 지표 둔화보다는 밸류에이션 메리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증시를 지탱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의 지난주 마감가 기준 12개월 이후 주가수익비율(PER)은 8.68배로 낮아져 저평가 매리트가 높아졌다. 아울러 배당수익률은 1.53%로 높아졌다.

김 팀장은 "투자자들이 리스크 프리미엄을 너무 높게 산정, 세계 증시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아직 버블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며 "금리 하락과 함께 주식시장의 PER이 낮아지면서 채권 대비 주식의 상대적 메리트를 나타내는 일드갭(Yield Gap)은 이달에 7.5%P 수준까지 높아졌고, 7%대로 2008년 금융위기 국면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인해 경기둔화 우려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9월 쿼드러플위칭데이 이후 중국과 미국의 8월 경제지표들이 본격적으로 발표되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재차 깊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성노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선진국 증시가 반등세를 나타냈다"면서도 "다소 강경한 발언의 이면에는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추세적인 주가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9월 쿼드러플위칭데이 이후 G2(미국·중국)의 경기모멘텀 둔화 우려와 남유럽 재정 우려 등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경기회복 둔화가 투자심리 개선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8월 내수 경기관련 지표는 실물경기 둔화를 시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