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Trend] Best Practice‥'유기농 슈퍼' 美 트레이더 조, 직거래ㆍ자체상표로 가격거품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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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때까지 승부하는 '근성경영'
할리우드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가 즐겨 찾는 슈퍼마켓은 어디일까? 알바가 파파라치에게 찍힌 사진 중에는 한 슈퍼마켓의 로고가 선명한 쇼핑백을 들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슈퍼마켓의 이름은 '트레이더 조(Trader Joe's)'.트레이더 조는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이다. 인기를 방증하듯 얼마 전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연 트레이더 조의 새 매장은 개장날 아침 문 여는 시간을 기다리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얼마 전 트레이더 조의 미국 매장 몇 곳을 둘러봤다.
◆유기농 유통업계 중 성장률 1위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미국의 경기 불황 속에서도 유기농 식품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유기무역협회의 '2009 유기농산업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기농 식품 부문의 연간 시장 규모는 1990년 10억달러에서 2008년 약 236억달러까지 늘어났다. 미국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홀푸즈마켓,웨그먼즈,트레이더 조 등은 급격한 신장세를 보였다. 이 중 트레이더 조는 단골고객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유통마진을 줄여 유기농 제품을 자사 브랜드(PB)를 통해 싸게 공급하는 방법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포천지는 기존 대형 식품유통 체인과는 다른 차별화한 전략을 구사해 미국 내 유기농 슈퍼마켓 시장 1위를 넘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1958년 캘리포니아 지역의 작은 편의점으로 시작한 트레이더 조는 미국 25개주에 344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지난해 62억7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미국 전문잡지 스토어 매거진이 선정하는 '100대 미국 소매업체' 중 55위에 랭크됐다. 포천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 중 314위에 올라 있다.
미국 내 유기농 슈퍼마켓 시장에서는 2위권이다. 80억3200만달러의 매출로 '100대 미국 소매업체'에서 41위를 기록한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 체인인 홀푸즈마켓 다음이다. 매출은 1위와 다소 차이가 나지만 성장세는 훨씬 빠르다. 트레이더 조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0.2% 늘면서 미국 100대 소매기업 중 성장률 9위,유기농 슈퍼마켓 업계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1% 성장하는 데 그친 업계 1위 홀푸즈마켓을 압도하는 성적표다. 미국 유기농 식품 업계에서 차세대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스타벅스보다 높은 '소비자 충성도'
트레이더 조의 성공비결은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2008년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최고의 고객 서비스 50대 기업'에서 6위인 스타벅스를 제치고 5위를 차지한 데서도 고객들의 만족도를 알 수 있다.
이처럼 빠른 성장과 동시에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트레이더 조를 찾는 사람들은 트레이더 조에 대해 "특별하다"는 말을 자주한다. 트레이더 조가 특별한 이유는 우선 기존 대형 슈퍼마켓과는 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화와 고급화는 미국 식품 매장의 일반적 트렌드.하지만 트레이더 조는 '선택과 집중'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경쟁 업체인 홀푸즈마켓은 매장당 평균 7432㎡ 규모의 대형 매장에서 5만개 이상의 품목을 취급하는 반면 트레이더 조는 평균 929㎡ 규모의 매장에서 4000개 이하의 품목만 판매한다. 팔리지 않는 제품을 빼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만 취급해 마니아층,단골 고객의 선택을 끌어낸다. 실제로 트레이더 조는 지난해 매장면적 0.09㎡당 1750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홀푸즈마켓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트레이더 조는 인공 색소 및 향료,방부제,MSG,트랜스지방이 없는 제품만 취급한다. 유전자 변형 제품도 취급하지 않는다. 심지어 중국산 식품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7년부터 팔지 않고 있다.
'유기농은 비싸다'는 고정관념도 과감히 깼다. 트레이더 조 측은 "믿을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 회사는 농민이 생산한 농작물을 직접 사들여 독점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 유통마진을 줄였다. 또 농수산물 등 1차 식품에서 가공 식품에 이르기까지 전 품목에 걸쳐 PB상품을 개발,브랜드 거품도 없앴다. 트레이더 조의 PB는 전체 매출에서 8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일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동네 구멍가게'가 운영방침
트레이더 조를 찾는 사람들은 이곳이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미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한 한국 유학생은 트레이더 조에 대해 "동네 구멍가게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한다. 마치 동네 슈퍼 같다는 것이다. 이처럼 트레이더 조의 매장 운영 방침은 '이웃 같은 식품점'이다. 대형 마트와 달리 광고를 하지 않고 그 흔한 특별 세일이나 회원 카드도 없다. 목재로만 구성한 매장 인테리어,친절한 서비스도 지역주민에게 친근함을 주는 비결로 꼽힌다.
'트레이더조팬닷컴'이라는 고객 팬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사이트도 있다. 매달 신상품과 레시피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운 점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해결안을 제시한다. 해결안은 매장 운영 방침에 반영된다.
트레이더 조는 판촉 전략은 없지만 친환경 마케팅에는 열심이다. 1977년부터 '나무 한 그루 살리기(save a tree)' 캠페인의 일환으로 장바구니를 사용하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고객들에게 상품권 등을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장바구니를 직접 나눠주기도 한다.
생산에서 납품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닭들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자 닭장에서 나온 달걀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 미국 동물보호협회의 모범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소비자들이 청정 수산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2012년 말까지 매장 내에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의 수산식품 감시 프로그램도 도입할 계획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