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시각장애인 화가 에스레프 아르마간은 점자 읽는 방법조차 배우지 못했지만 원근감 있는 그림을 그려냈다.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그의 뇌는 여느 맹인들과 달랐다. 통상 맹인의 뇌에 있는 시각피질은 손으로 감지하거나 귀로 들을 때 활성화되지만 아르마간의 뇌는 마음에서 영상을 떠올리자 활성화됐던 것.이 같은 연구 결과는 뇌의 구조가 특정 부위는 특정한 기능만 담당하도록 구획돼 있다는 이전의 통설을 뒤집는 근거가 됐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뇌는 수시로 변화한다. 행복감이 높아지면 뇌의 좌측 전두엽이 더 활발해지는 것이 그런 사례다. 따라서 《붓다 브레인》(릭 핸슨 · 리처드 멘디우스 지음,불광출판사,1만8000원)의 저자들은 마음 훈련을 통해 뇌를 변화시킬 수 있고,뇌의 변화를 통해 삶의 궁극적 목적인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뇌의 불변성을 주장하는 기존 이론에 대해 뇌의 가변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그 근거로 뇌과학의 최신 연구성과를 들이댄다. 명상을 할 때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이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관찰하면 전두엽에서 당 대사와 산소대사가 증가한다는 사실,전전두엽의 활성이 증가하고 뇌 전체에 걸쳐 감마파가 나타나는 감마파 동조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 등이 그런 근거다.

그렇다면 명상이나 수행을 통해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감이 커지는 것은 뇌의 변화 때문이 아닐까. 저자들은 마음 훈련을 통한 뇌의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특히 불교에 주목한다.

불교는 심리학 · 신경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상세하게 제시하기 때문이다. 미국 심리치료자의 40% 이상이 불교 수행법인 '마음챙김'을 이용한 치료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뇌의 질적 변화를 위해 모두에게 수행자가 되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행복 · 사랑 · 지혜라는 마음상태는 뇌의 어떤 상태에 기초하는지,이처럼 긍정적인 뇌의 상태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하는지에 관심을 둔다.

이들이 제시하는 방법은 이완명상,심호흡,입술 만지기,마음챙김,심박균형 맞추기처럼 어렵지 않은 것들이다. 초조하거나 불안할 때 입술을 만지면 입술에 분포된 부교감신경섬유를 자극해 이완감과 만족감을 준다. 심호흡을 하면 팽창된 허파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 부교감신경계가 작동되면서 몸이 이완되고 답답함이 진정된다.

우리의 삶이 왜 불안하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지,붓다는 어떻게 명상수행을 통해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 안락하고 행복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저자들의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설명을 듣고 나면 우리도 행복하고 지혜롭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 책의 번역자인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가 쓴 《스트레스는 나의 힘》(불광출판사,1만2000원)은 이완반응과 마음챙김의 과학적 근거와 함께 이를 활용한 스트레스 대처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자극적이고 삶을 흥미롭게 한다"며 중요한 것은 성장의 비료가 되는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의미 있는 일을 재미있게,열심히 하는 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