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금융위기 당시 투자자들을 호도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 미 대형은행들에 대해 추가제재에 나선다.지난달 골드만삭스에 매긴 벌금 조치가 지나치게 가볍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후속조치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EC가 지난달 골드만삭스에 벌금을 부과한 데 이어 다른 월가 대형은행들의 금융사기 혐의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골드만삭스는 지난달 16일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를 기반으로 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의 가치하락을 예상하면서도 고객들에게는 오를 것이라고 판매를 유도한 혐의로 SEC와 5억5000만달러(약 6600억원)의 합의금을 내는데 합의했다.

SEC는 골드만삭스 외에도 시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다른 대형은행들의 모기지상품 거래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조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일반적으로 금융기관 한 곳이 인기 상품을 출시하면 유사상품을 다른 기관에서도 판매하는 특성상 다른 금융기관도 비슷한 거래를 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SEC의 한 관계자는 “SEC가 구체적인 금융기관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며 “그러나 일부 대형은행들에 대해 추가 제재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로버트 쿠자미 SEC 조사국장도 이날 “월가 은행들은 골드만삭스의 사기수법과 같은 관행이 자신들의 명성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만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SEC의 추가제재 계획은 골드만삭스 벌금에 대한 여론의 비판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SEC는 지난달 골드만삭스와 벌금을 합의한 것에 대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지난해 130억달러(약 15조원) 이상을 벌어들인 골드만삭스 대한 벌금으로 지나치게 적은 액수라는 비판이었다.골드만삭스가 보름 동안의 수입으로 사기혐의를 쉽게 무마했다는 지적이었다.금융위기 당시 모기지상품 투자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월가 대형은행들에 대한 SEC 제재가 미온적이라고 지속적으로 비난해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