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업계가 공격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경기침체로 지난해는 전 세계 명품 매출이 8%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젠 인수 · 합병(M&A) 분위기가 형성되는가 하면 돈 된다 싶은 시장엔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3대 명품그룹으로 꼽히는 프랑스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와 PPR,스위스 리치몬트 등은 올 들어 실적이 크게 개선되자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솔솔 불어오는 M&A 움직임

'발리'를 보유한 라벨룩스그룹은 올해 중 다른 명품 브랜드를 인수하기 위해 물색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젊은층을 공략하고 회사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다. 구찌 브랜드로 유명한 PPR 역시 자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명품 브랜드 인수를 고려 중이다. PPR이 매물을 찾게 된 건 2007년 스포츠웨어 브랜드 '푸마' 인수 이후 3년 만이다.

명품 기업들이 M&A 시장에서 활동하는 모습은 올초부터 감지됐다고 FT는 전했다. '캘빈클라인'을 보유한 필립스반호이젠(PVH)은 최근 의류 브랜드 '토미힐피거'를 30억달러에 인수했다. 유럽에서 강점을 보이는 토미힐피거 유통망을 이용해 캘빈클라인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속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까르띠에''몽블랑' 등을 갖고 있는 리치몬트그룹은 지난 4월 명품 전문 온라인몰 '넷어포터'를 인수했다. 한편 LVMH는 자사 브랜드 '겐조'의 매각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중국 직접 진출 업체 갈수록 늘어

지난달 버버리는 중국 측 협력사인 궈항그룹으로부터 중국 프랜차이즈 판권을 7000만파운드에 다시 매입했다. 버버리는 30개 도시의 50개 매장을 직접 운영하게 됐고 이를 통해 2012년까지 영업이익 2000만파운드를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프랑스 핸드백업체 '롱샴'은 기존의 중국 유통업체를 아예 인수했다. 미국의 폴로 랄프로렌 역시 중국 내 프랜차이즈 판권을 재매입할 방침이다.

그동안 글로벌 명품업체들은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상품을 판매해왔으나 근래 중국 시장이 급부상하자 이를 직영체제로 전환해 수익을 독식하려 한다고 차이나데일리는 전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중국은 시장 규모가 96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2위 명품 소비국으로 향후 5년 내 146억달러까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님 위해 외국어 공부…다른 사업 진출

미국 뉴욕의 소호 거리에 있는 프라다 매장은 최근 포르투갈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직원 세 명을 채용했다고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뉴욕까지 '원정' 쇼핑 온 '큰손' 고객들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포르투갈어 공부 열풍까지 분다. 브라질 고객은 1000달러가 넘는 와인을 싹쓸이할 만큼 구매력을 자랑한다.

호텔업 등 다른 사업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이집트와 오만에 호텔을 개장한 LVMH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루이비통과 크리스찬디올 등 자사의 명품 제품들을 판매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불가리는 발리에 리조트를,패션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몇 달 전 두바이에 호텔을 열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