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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인디언 서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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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준하는 해외 연수를 앞두고 있는 유능한 변호사.남편 살해 혐의로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이신영의 항소심 국선 변호를 맡지만 신영은 재판 당일 변호를 거부하고 독방에 갇힌다. 해외연수를 포기하고 사건을 재조사한 준하의 노력으로 신영은 무죄 판결을 받는다.

    변호사와 피고가 아닌 남과 여로 여행을 떠난 두 사람.햇살 가득한 남해 바다에서의 꿈 같은 시간도 잠시,대법원의 항소심 파기로 사건은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다시 재판이 시작되자 신영은 변호를 마다하고 죽음을 기다린다. 박신양 · 이미연 주연의 영화 '인디언 서머'다.

    인디언 서머는 아침저녁 선선하던 가을에 계절이 뒤로 간 듯 갑자기 따뜻해지는 기간을 말한다.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이때 옥수수를 수확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데 프랑스와 영국 등에선 '늙은 아낙네의 여름''물총새의 날''성(聖)마르틴의 여름'으로 불린다고도 한다.

    천하 없이 그악스런 더위도 한풀 꺾인다는 말복이 지난지 보름여,처서를 넘어 백로를 향해 가는데도 여전히 무덥다. 내일 모레가 9월인데 전기 사용량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한다니 늦여름 더위치곤 기세가 너무 무섭다. 9월 들어서도 선선해질 기미가 안보인다니 인디언 서머가 아니라 그냥 여름이 계속될 모양이다.

    더운데다 습도까지 높아 안그래도 견디기 힘든데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난 지도층 인사들의 모습은 아예 숨까지 턱턱 막히게 만든다. 선풍기도 없는 사무실 정도가 아니라 뙤약볕 아래 세워진 비닐하우스에 갇혀 일하는 형국이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테러를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 '범죄전담반(Low & Order)'에서 사건 책임자인 서장은 언론에서 '불법 이민자가 일자리를 빼앗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보호받는 게 정당하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정의가 무엇인지 묻자 이렇게 답한다. "한 사람에게 안되면 모든 사람에게 안되는 게 정의다. "

    정의사회의 기본인 공정성과 객관성 측정의 첫째 근거는 건전한 상식이다. 상식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보통사람같으면 틀림없이 처벌받을 일을 죄송과 반성이란 두 단어로 넘어가는 걸 봐야 하는 나날은 견디기 힘들다. 인디언 서머는 그래봤자 여름이 아닌 겨울로 가는 길목이라는데 너무 덥고 습해 짜증나고 불쾌한 이 여름은 언제까지 계속될 건지 답답하고 서글프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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