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6일 전용열차 편으로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린시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용열차는 이날 0시께 북 · 중 국경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위원장이 지난 5월에 이어 불과 3개월여 만에 중국을 다시 방문한 것이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 당국은 며칠 전부터 김 위원장의 방중 징후를 포착했다"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연관돼 어떻게 해석할지 분석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탑승한 전용열차가 북한 자강도 만포를 거쳐 중국 지린성 지안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통상 단둥을 통해서 가던 루트와 달라 그 배경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탄 열차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때의 기존 루트를 벗어나 크게 우회함에 따라 최종 목적지가 베이징 이외 제3의 도시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동일 연도에,이렇게 짧은 기간에 연거푸 중국을 방문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그 목적을 신중하고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길에 3남 김정은이 동행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누가 같이 갔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아직은 열차 위치나 최종 목적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한 외교당국자는 "김정은이 동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급작스러운 방중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내달 초순 북한 노동당 대표자 회의를 앞두고 김정은에게 권력을 승계하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후계구도 안정화를 위해 중국과의 의견 일치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또 그동안 물밑에서 남측에 대화하자는 시그널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핵문제 해결과 천안함 대응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때문에 중국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대화 국면을 조성,역으로 남측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우다웨이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이날 방한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