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족쇄'가 풀린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에서 스팩 상장 후 1년간 합병을 제한했던 법인세법 조항을 고치기로 함에 따라 조기 합병을 통해 투자금 회수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시장에선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스팩의 투자메리트가 커졌지만 인수 · 합병(M&A) 대상 기업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는 만큼 공모가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서 추격 매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예치율 높고 희석률 낮아야 유리

26일 증시에서 스팩주들이 일제히 출렁였다. 대우그린코리아와 미래에셋1호,신영해피투모로우 등이 개장 초 상한가로 치솟았고 대부분 스팩주가 10% 안팎의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차익 매물이 나와 신영(2.90%) 대우스팩(2.63%)은 상승폭이 2%대로 줄었다. 히든챔피언(1.25%) 미래에셋1호(0.46%) 등도 소폭 상승에 만족해야 했다.

스팩은 장외 우량 기업 M&A를 목적으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공모하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다. 따라서 실적 · 업황 등 실체를 투자지표로 삼는 게 불가능해 장래 M&A 성공 가능성,경영진 역량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스팩들이 내건 M&A 대상이 엇비슷한 데다 경영진도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럴 때 추가로 살펴볼 부분이 예치율과 희석률 같은 스팩의 설계구조다.

예치율은 공모 후 3년 내 M&A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주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증권금융이나 은행에 공모자금을 맡겨두는 비율이다. 초기 설립된 스팩들의 예치율은 95~96%였으나 지난달 2일 상장한 신영스팩이 처음으로 100%까지 올렸고 이후 공모한 스팩들도 대부분 100%로 정했다. 이는 3년 뒤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는 확보하고 들어가는 셈이어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희석률은 공모 전 발기인들에게 주식을 싸게 발행해 공모주 가치가 떨어지는 비율로,낮을수록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발기인들은 스팩의 M&A를 성사시켜야 하는 데다 M&A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도 일정 부분 부담한다. 희석률은 공모가에서 가중평균 발행가를 뺀 값을 공모가로 나눠 구한다. 현재 나온 스팩의 희석률은 대개 12~16%지만 신영스팩과 동양밸류오션스팩은 10% 미만으로 낮다.

◆합병 성공 여부가 중요

예치율 · 희석률은 스팩 공모단계에서 점검할 사항이다. 일단 상장된 이후엔 M&A 성공 가능성과 공모가 대비 주가 수준을 살펴보는 게 유리하다. 본지가 12개 상장 스팩의 대표이사에게 현재 주가 수준을 감안해 가장 투자할 만한 스팩(자사 스팩은 제외)을 2개씩 추천받은 결과 대우,미래에셋,HMC 스팩이 유망한 것으로 꼽혔다. 6명의 대표가 추천한 대우스팩은 대우증권 IMM인베스트먼트 IBK캐피탈 등 발기인의 강력한 네트워크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한 스팩 대표는 "무엇보다 1호 스팩이어서 합병 대상 공시도 가장 먼저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1호는 규모가 작아 M&A 대상 기업 선정폭이 넓은 데다 미래에셋의 오랜 비상장기업 투자 경험과 운용 능력이 발휘될 것이란 이유로 4명의 대표가 추천했다. 다만 현재 주가 수준이 높아 합병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가총액을 토대로 스팩의 가치가 높게 산정될 경우 합병 대상기업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

HMC스팩은 인수 대상을 그린카 관련 기업으로 특화한 데다 현대차그룹 계열이어서 관련 기업 분석이나 합병 추진 능력이 우수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서정환/강현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