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은행들에 금융위기 책임 비용을 부과하는 '은행세'도입 법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 등 은행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AP통신에 따르면 독일 내각은 은행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은행구조조정법안을 이날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위험 수준에 따라 매년 일정액을 '보증기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규모는 연간 10억유로(약 1조5000억원)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테판 자이베르트 정부 대변인은 "은행세 도입을 담은 법안 통과로 금융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역량이 향상될 것"이라며 "유사시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해치지 않으면서 대형은행의 붕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은행이 위험에 빠졌을 때 적립해 둔 보증기금을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에 빠진 대형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납세자의 돈을 쏟아부었던 전례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법안은 이와 함께 위기에 빠진 은행의 자산을 다른 민간은행이나 국영 기관에 이전시키는 등 금융당국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독일의 은행세 도입은 주요 20개국(G20)국가들 중에선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은행들로부터 향후 10년간 900억달러의 은행세를 징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에 이어 독일도 은행세 도입을 확정함에 따라 다른 국가들의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AP통신은 유럽 재무장관들이 다음 주에 모여 전 유럽 차원의 은행세 도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적 차원의 은행세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각국 정상들은 나라마다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자율적으로 은행세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