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세계 1위 정연진 '머피의 법칙'에 울다
'생애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한 직후 워스트 스코어를 낼 가능성이 높다. ' 골프계 '머피의 법칙' 가운데 하나다.

아마추어 유망주 정연진(20 · 사진)이 공교롭게도 이 말의 주인공이 됐다. 정연진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뒤퐁의 챔버스베이(파72) · 홈GC(파71)에서 끝난 2010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36홀 스트로크플레이 예선에서 합계 10오버파 153타(74 · 79)로 312명의 출전선수 가운데 공동 118위에 머무르며 탈락했다.

아마추어 최고권위를 지닌 이 대회는 36홀 스트로크플레이로 상위 64명을 추린 후 64명이 싱글 매치플레이를 펼쳐 우승자를 가린다. 정연진은 6월 브리티시아마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지난달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에서는 타이거 우즈,최경주 등을 제치고 공동 14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한 선수.남자아마추어 세계랭킹에서 월등한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어서 탈락은 이변으로 꼽힌다.

정연진이 브리티시오픈에서 초반부터 상위권을 달리자 언론들은 '깜짝 스타'가 나왔다며 흥분했다. 본인도 '우즈를 능가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정연진은 브리티시오픈 직후 호주로 가 한 달여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에 따른 훈련 차질과 메이저대회 10위권 성적에 대한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탓인지 이 대회에서 실망스런 성적을 내고 말았다. 정연진의 탈락은 '골프 황제' 우즈가 커트탈락한 것에 비견된다. 정연진은 다음 주 유러피언투어 오메가마스터스에 이어 10월 초 국내에서 열리는 신한동해오픈과 한국오픈에 잇따라 출전할 예정이다. 정연진을 잘 아는 골퍼 이남규씨는 "연진이 아버지한테 전화를 해도 미국에 갔는지 받지 않는다. 연진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몸이 아프거나,컨디션이 극히 좋지 않는 등의 뚜렷한 이유 없이 랭킹 1위가 평범한 선수처럼 치고 말았다는 뜻이다. 정연진이 브리티시오픈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다음 대회인 US아마추어대회에서 탈락한 것은 '베스트스코어-워스트스코어 패턴'과 닮았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7위 로리 매킬로이는 브리티시오픈 첫날 메이저대회 18홀 최소타수인 63타를 친 후 둘째날엔 80타를 쳤다. '장타자' 더스틴 존슨은 US오픈 3라운드에서 66타를 치고 선두에 올랐으나 4라운드에서는 이보다 16타 많은 82타를 치며 공동 8위로 추락했다. 데이비스 러브3세는 2006년 미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첫날 65타로 선두에 나섰다가 다음 날 18타나 많은 83타를 친 끝에 커트탈락했다. 김희정은 2000년 KLPGA선수권대회 첫날 63타,둘째날 80타를 기록한 적이 있다.

나경우 미PGA 마스터프로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잘한 것은 몇천분의 1의 확률을 잡은 것이고 아마추어 선수의 경우 이븐파 언저리를 치는 것이 평소 실력일 것"이라며 "골프에서는 정연진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풀이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