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원리에만 맡겨 놓으면 대기업에 비해 약자인 중소기업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노강석 기은경제연구소 소장)

"상생 · 협력도 시장경제의 근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성장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했으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놓고는 시각차가 컸다.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경제신문이 24일 '대-중소기업 상생 · 협력을 위한 대안'을 주제로 가진 월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견해도 엇갈렸다.


◆납품원가 연동 · 공동협상 필요성 제기

노 소장은 "현행법상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가 있지만 말 그대로 협의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며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될 수도 있지만 시장원리에만 맡겨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노 소장은 "연동제가 법제화되지 않더라도 대기업이 납품계약을 맺을 때 원자재 가격에 따라 단가를 조정한다는 조항을 집어넣고 상생을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강남훈 중소기업중앙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중소기업의 교섭력을 키워주기 위해 업종별 협회나 조합이 대기업을 상대로 납품단가 협상을 하고 필요에 따라 단가인상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카르텔(담합)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협회나 조합의 협상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허용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우리 사회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는 물론 2~3차 협력업체 간에도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경제 원칙 무시 우려

황 본부장은 이미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닫힌 상생'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노조가 강하면 기업이 신규채용을 꺼리듯이 기존 거래기업들 간 상생의 틀이 강해질수록 나머지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지 못해 경제 전체가 축소균형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 지원 제도가 1000개가 넘고 이 때문에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또 "대기업이 이익을 많이 냈으니 중소기업에 떼어주라는 사회적 분위기는 큰 문제"라며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시장경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견기업 소외도 문제

상생 · 협력 논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중견기업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현철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은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에 줘야 할 돈은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반면 대기업으로부터는 어음으로 받고 있다"며 "제도적 뒷받침 없이 대기업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 부의장은 "중소기업들이 제한된 내수시장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소기업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내수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납품가 결정 과정에서 공동 협상은 개별 기업이 처한 입장이 달라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상황을 다양하게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호/서기열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