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폐 심장 등 주요 장기를 심각하게 훼손당한 환자가 미리 본을 떠 놓은 자신의 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을까. 현재 컴퓨터로는 수천억년이 걸릴 계산을 단 몇 시간 만에 끝낼 꿈의 컴퓨터가 나올 수 있을까.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창의연구단은 이처럼 기발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다. 주요 대학 스타급 과학자(교수)가 이끄는 창의연구단은 국내 최고 권위 과학자인 '국가과학자' 다음으로 많은 수준인 연 6억~8억원의 예산을 최장 9년 동안 지원받는다. 올해 선정된 '2010 창의연구단' 가운데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연구단을 살펴봤다.

◆장기를 제품처럼 찍어내는 상상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쾌속조형 기반 장기프린팅 연구단장)는 '조직재생을 위한 쾌속조형 기반 3차원 세포 프린팅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은 3차원 형틀을 디자인하고 세포를 배양해 이 형틀대로 인공 장기를 만드는 것이다. 연구진은 3차원 세포 프린팅 기술→통합형 전조직체 개발→대(大)체적 복합조직 재생→장기 제조 순으로 이어지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세포 프린팅 기술은 마치 잉크젯 프린터의 노즐처럼 줄기세포와 세포의 성장인자(세포액 영양분 등)를 3차원 바이오 인공지지체(스캐폴드:scaffold)에서 뿜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잘 배양돼 실제 장기 조직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게 조 교수의 아이디어인 '통합형 전조직체'다. 현재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에서는 3차원 스캐폴드를 이용한 장기 재생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방광 기도 심근 등 비교적 단순한 기관에 대해서는 스캐폴드 기반 조직을 장기 재생에 활용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턱뼈가 반 정도 파괴됐다면 뼈 세포 이미지를 3차원으로 복원한 뒤 절단된 부위에 끼워 맞출 수 있는 복합조직을 만들어 몸에 이식하는 것이다. 절단 부위와 인접한 스캐폴드는 체내 효소에 의해 무해한 성분으로 분해돼 없어지고 이 자리는 주변 조직이 자라 채운다. 조 교수는 "아직 갈 길이 먼 얘기지만 조직공학(생명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의약학의 융복합 학문)의 궁극적 지향점이 이번 연구"라며 "20년 후 50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 이식 시장에서 본 연구의 원천기술 선점 효과는 실로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 가능할까

'꿈의 컴퓨터'인 양자컴퓨터도 개발되고 있다. 정현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거시계 양자제어 연구단장)는 '미시계(마이크로)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거시계(매크로)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정확하게 고정시킬 수 없고 확률적으로만 위치를 추정하는 전자 등 미세입자의 '중첩'과 같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현실에서도 구현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이 질문은 사실 정보기술의 혁신과 연관돼 있다. 컴퓨터는 0과 1로 구분되는 1비트(bit)를 정보전달의 기본 단위로 사용한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전자스핀'을 기본으로 하는 양자 상태인 '큐비트'를 기본으로 한다. 예컨대 기존 컴퓨터의 8비트는 0~255 사이 한 숫자만 표현할 수 있지만, 8큐비트는 255개 숫자를 동시에 나타내며 고속 병렬연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보처리량이 무한대로 늘어난다. 정 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몇 십년 후에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물리학의 한계까지 가보자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대은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무한내마모연구단장)는 실리콘 기반 마이크로 전자기계 시스템(MEMS)과 피스톤 등 매크로 기계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극저마모 기술을 개발 중이다. 크든 작든 기계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마모를 줄이기 위해 고경도 코팅 기술과 윤활유가 쓰인다. 그러나 코팅 기술은 마모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고 잦은 기계 교체,윤활유 폐기물 등으로 환경 문제를 지속적으로 야기한다는 게 문제다.

김 교수는 경도 코팅 기술 대신 '표면 강성 제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두 표면이 접촉할 때 각 표면층이 탄성적으로 변해 접촉 하중을 넓은 면적으로 분산시키면 마모의 근원이 되는 마찰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모 계수를 미세 기계에서는 10배 이상,거대 기계에서는 100배 이상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기계에서 마모로 인한 문제 발생은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