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자 연예인의 절반 이상이 신체 노출을 강요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60%

여성가족부(장관 백희영)는 23일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소장 김기헌)에서 수행한 ‘청소년 연예인 성보호·근로권·학습권 실태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5일까지 청소년 연예인 및 연예지망생 103명(남성청소년 53명, 여성청소년 5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에 따르면 19세 미만의 청소년 연예인(88명) 응답을 분석한 결과, 연예 활동 시 10.2%가 신체 부위(다리, 가슴, 엉덩이 등) 노출을 경험했으며, 여성 청소년 연예인의 경우 60%가 강요에 의한 노출이라고 답했다.

또 연예 활동시 9.1%가 무대나 촬영장에서 애무, 포옹, 키스 등 선정적 행위를 경험했고, 4.5%는 음담패설, 비속어, 성적 희롱, 유혹 등 선정적 암시가 담긴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청소년 연예인의 56.1%는 다이어트를 권유받았고, 14.6%가 성형수술을 권유 받는 등 이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설문분석 결과도 제시됐다.

근로권 실태 분석 결과, 응답자의 36%가 하루 8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경험하는 등 청소년 연예인의 경우 연소자임에도 근로권 보호수준이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18세 미만 청소년 연예인 39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35.9%가 하루 8시간 이상, 10.3%가 주당 40시간 이상의 초과 근로를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41.0%가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청소년 연예인의 학습권 보장 역시 미흡해 초·중·고 재학중인 청소년 연예인 88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40.0%가 자신의 학습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47.6%가 1학기 일주일에 반나절 이상 수업에 빠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4.1%는 숙제할 시간이 거의 없고 19.5%는 공부 시간 자체가 없다고 답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청소년 연예인의 성보호·근로권·학습권 보장이 미흡함에 따라 당사자는 물론 또래 청소년과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하 여자 청소년 연예인 및 지망생의 경우 불면증(64.3%)을 비롯, 우울증 약 복용(14.3%), 연예 생활에 대한 회의(14.5%) 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나, 또래 청소년에게도 성의식 왜곡, 성 관련 일탈 행위 유발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왜곡된 성의식은 사회적 확산을 통해 재현(mental-representation)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편 청소년 연예인 성보호와 관련, UN아동권리협약 제34조는 아동을 외설스러운 공연 및 자료에 착취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등 성 착취와 성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의무가 국가에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 영국을 비롯한 해외 정부부처 및 UN, EU, UNICEFF 등 국제기구에서는 아동·청소년 출연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과도한 착취를 방지하고 신체적·정신적·도덕적 발전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송법이나 청소년보호법,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방송사 윤리강령 등에는 주로 시청자인 아동·청소년 중심의 보호 규정만 제시돼 있고, 출연하는 청소년 연예인 보호 관련 규정은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백희영 장관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 연예인의 성보호와 근로권 및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성가족부는 오는 26일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에서 관련 전문가와 정책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세미나를 열고 정책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경제팀 open@hankyung.com